경제 구조개혁을 소홀히 한채 이대로 가면 앞으로 5년 뒤인 2030년대에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0%대에 진입할 것이고, 2040년대 초반에는 마이너스(-)로 떨어질 수 있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분석했다. 저출생·고령화 대응과 경제 구조개혁을 20년 가까이 미룬 부작용이 한국경제를 옥죌 것이란 강력한 경고다.

한 나라의 잠재성장률은 노동과 자본 투입, 그리고 총요소생산성이라는 세 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총요소생산성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기술 진보나 경영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국가 제도와 같은 추상적 요소를 의미한다. KDI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최근 10년 평균(0.6%)을 유지하는 기준 시나리오에서 잠재성장률이 2025∼2030년 1.5%, 2031~2040년 0.7%, 2041~2050년 0.1%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노동력 급감과 산업 혁신역량 퇴조로 생산성 증가율이 연 0.3%로 떨어지면 잠재성장률은 2030년대 0.4%, 2040년대에는 -0.3%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15년 이내에 경제 역성장이 ‘상수’가 되는 시점이 올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1970~80년대 연 10%에 육박하는 성장률로 ‘한강의 기적’이란 찬사를 받았으나 외환위기 이후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5년 1% 성장률 하락의 법칙’이 작동하면서 2018년(2.9%)에는 3% 선이 무너졌다. KDI의 전망대로라면 올해엔 2% 선이 무너진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연령인구 감소가 주된 요인이고, 교육· 노동 등의 구조 개혁 실패에 따른 총요소생산성 하락이 발목을 잡고 있다. 양질의 인적자원으로 성장한 나라가 이제는 노동력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교육과 노동 개혁을 통해 인적 자본을 질적으로 고급화하는 한편 여성 취업 확대, 65세 정년연장을 넘어 해외 인력까지 활용하는 과감한 개방 정책을 펴야 한다. 한국 경제 규모의 15배나 되는 미국이 2020년대들어 우리보다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는 것은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 시대를 주도하는 혁신 역량의 힘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5년뒤 0%대, 15년뒤 역성장의 경고등이 켜진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다시 살리려면 차기 5년을 맡을 대선주자들이 비상한 각오를 다져야 한다. 유력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030년까지 3% 잠재성장률, 4대 수출 강국, 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를 공약했다. 8일에는 경제5단체장과 간담회를 갖고 “경제를 살리는 일의 중심은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성장·기업 친화적인 정책과 제도로 이를 증명해야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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