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율·웨스팅하우스 로열티…UAE와 달리 수익성 확보될지 관심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한국수력원자력(사장 황주호)을 주축으로 한 ‘팀 코리아’가 30일 26조원 규모인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수주를 확정했다. 우리나라가 원전건설 사업을 수주한 것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특히 이번 원전수주는 원전 강국 프랑스의 아성인 유럽 시장에 처음으로 진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체코 정부가 신규원전 건설사업의 계약체결 일자를 5월7일로 공식 발표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면서 “이에 따라 양국은 체결식 개최계획 등을 협의하고 있으며, 성공적인 체결식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 업계에 따르면 한국이 해외에서 통으로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한 것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중동과 달리 유럽은 상업용 원전 이용이 시작된 세계 원전 시장의 중심이다.

특히 유럽은 유럽 원전 시장의 거인인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안방 시장’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원전업계는 ‘팀 코리아’가 EDF와의 치열한 정면 대결 끝에 유럽에 교두보를 확보한 데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는 우수한 가격 경쟁력과 계획된 일정대로 원전을 완공하겠다는 ‘온 타임 위딘 버짓’(on time within budget) 구호를 앞세워 체코 측의 선택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번 수주를 통해 한국이 국제 원전 시장에서 내세울 ‘실적(트랙 레코드)’을 한층 풍부하게 쌓아 향후 K-원전의 추가 수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세계적으로 크게 위축된 원전 수요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안보 우려 고조, 인공지능(AI) 혁명이 촉발한 전력 수요 급증 등의 영향으로 다시 회복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유럽에서는 원전을 주요 전력원으로 쓰던 프랑스와 핀란드 말고도 체코, 폴란드, 불가리아, 터키, 영국, 네덜란드 등이 새로 원전 건설 추진에 나섰다.

국내 원전 업계는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동아시아에서는 베트남에서 각각 신규 원전 건설 참여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세계원자력협회(WNA) 사마 빌바오 레온 사무총장은 지난 29일 한국원자력연차대회에서 “AI 산업이 부상함에 따라 많은 기업이 더욱 원자력 에너지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며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지금의 3배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제안대로라면 매해 1GW(기가와트) 규모의 대형 원전 20개와 700㎿(메가와트) 규모의 소형모듈원자로(SMR) 70여개를 지어야 한다.

이처럼 체코 원전 수주가 한국이 세계 원전 산업의 중심에 다가서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많지만, 다른 한편에선 ‘팀 코리아’가 체코 원전 사업에서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UAE 바라카 원전의 경우 수주 때 10%의 이익률이 기대됐다. 하지만 공기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 등의 여파로 최근 기준으로 사실상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권으로 떨어진 상태여서 해외 원전 사업 수익성에 관한 우려가 커진 측면도 있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와 관련해 정확한 수주 가격, 현지화율 등 ‘팀 코리아’의 사업 수익성에 영향을 줄 계약 핵심 조건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와 한수원은 앞서 체코 원전 2기 사업 비용이 총 20조원대로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덤핑 수주 논란’에 대응한 바 있다. UAE 바라카 원전의 경우 총 4기로 구성된 원전을 약 20조원에 수주했다.

수주 가격 외에도 체코 측이 원하는 ‘60% 현지화율 목표’와 ‘미국 웨스팅하우스 몫’ 변수가 체코 원전 사업의 수익성 확보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 중 웨스팅하우스와의 관계 문제는 체코 원전 사업 수익률에 보다 직접적 영향을 줄 요인으로 손꼽힌다.

한수원·한전과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월 전격적으로 지식재산권 분쟁을 풀고 제삼국 시장 진출에 협력하기로 했다. 비밀 유지 약속으로 조건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한수원과 한전이 체코를 포함한 신규 원전 사업에 나설 때 웨스팅하우스에 조단위에 달하는 일감과 기술 로열티를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수익성 문제를 떠나서도 웨스팅하우스와 지식재산권 분쟁을 푸는 과정에서 한수원·한전이 핵심 시장인 유럽에서 웨스팅하우스에 ‘우선권’ 주기로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어 향후 한국 원전 수출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한수원은 지재권 협상 타결을 전후로 스웨덴, 슬로베니아,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 진행하던 원전 수주 활동을 중단해 중동과 아시아 등 신흥 시장 중심의 수주 전략으로 선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기도 했다. 다만 한국의 유럽 지역 추가 원전 수출 가능성이 완전히 닫히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