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사람과 다른 결핍있는 캐릭터에 매력 느껴

민규동 “배트맨-조커의 관계…김성철이 해냈다”

34세에도 소년미를 풍기는 배우 김성철이 30일 개봉한 영화 ‘파과’에서 ‘투우’를 맡아 열연한다. [NEW, 수필름 제공]
34세에도 소년미를 풍기는 배우 김성철이 30일 개봉한 영화 ‘파과’에서 ‘투우’를 맡아 열연한다. [NEW, 수필름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저는 좀 꼬인 캐릭터 좋아해요. 결핍있는 인물이죠. 이상하게 전 사랑받고 자랐는데, 그런 캐릭터에 좀 끌리네요. 그런 인물들은 감정선이 깊어요. 보통 사람들은 잘 알 수 없는, 짙은 검정색 물을 걷고있는 느낌인데 제가 그 속에 들어간 느낌이에요. 그런데 배우는 캐릭터에 따라서 이미지가 결정이 되니까, 계속해서 결핍있는 캐릭터를 하진 않을거예요.”

이날(30일) 개봉한 영화 ‘파과’에는 잊지 못할 얼굴이 있다. 배우 김성철이 연기한 ‘투우’는 원작 소설 ‘파과’에서 많은 부분이 비어진 상태로 묘사되는데, 독자들은 저마다 자기만의 투우를 채워넣어 그려두었을 것이다. 관객이 어떤 투우를 상상했던간에 영화 속 김성철의 얼굴은 크게 배반할 것 같지가 않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철은 ‘투우’를 표현함에 있어서 “액션보다도 미묘한 감정선을 디자인하는데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조각과 투우가 한 프레임에 잡혔을 때, 둘이 뿜고 있는 에너지가 부딪히면서 묘한 분위기가 흘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관객들이 투우를 볼 때 ‘쟤는 왜 저러는거야’라는 궁금증을 계속해서 가져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연기했죠.”

20여년전 조각과 투우가 지독하게 얽힌 기억의 파편. 조각은 그날 이후로 잊었고, 투우는 하루도 잊은 날 없이 시간이 흘렀다. 말하자면 살인청부업자들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신성방역’에 스카웃 되어 사무실을 방문한 투우가 목소리만 듣고도 20년 전 그 여인, 조각임을 알아차리는 장면은 그래서 중요하다.

“그때 투우의 반응이 어떨까. 뒤에서 조각이 투우의 목에 칼을 겨누고 ‘사람 좀 가려받지’라고 말할 때, 과연 이 목소리를 듣고 투우는 알아채는 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말 중요한 신이었어요. 민규동 감독님이 ‘20%만 확신하는 눈을 하라’고 디렉션을 주셨거든요. 사실 이런 디렉션은 정말 처음이긴 했어요.”

반항기 가득한 모습의 ‘투우’를 연기하면서 김성철은 한 마리 버려진 늑대를 떠올렸다고 한다.
반항기 가득한 모습의 ‘투우’를 연기하면서 김성철은 한 마리 버려진 늑대를 떠올렸다고 한다.

민규동 감독은 ‘파과’를 각색하면서 총 136고(버전)를 쓸 정도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인물을 구상하고 이야기를 비틀어보았다고 한다. 특히 투우에 대한 디테일에 있어서 깊이 몰입해 만들었다.

민 감독은 “만약에 아이가 아빠의 죽음을 봤다면 그 트라우마 충격이 엄청날 거라고 생각했다. 더는 다정함을 믿지 않는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며 “영화를 다 보시면 알겠지만, 투우에게 있어서 조각은 사실 나를 지옥에서 끌어내준 구원자, 그리고 아빠보다 강해질 수 있다고 희망을 준 사람인데 동시에 너무 큰 배신감을 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 감독은 “사실상 배트맨과 조커의 대결과 비슷하다. 김성철 배우가 그걸 너무 잘 이해했고, 섹슈얼한 텐션, 처절한 복수, 아주 감동적인 화해의 순간을 만들어줬다”며 “만약 실패했다면 많은 사람을 학대하고 무모하게 죽인 나쁜 영화가 됐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김성철은 투우를 연기하면서 “야산에 버려진 한 마리 늑대”를 상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만 남기고 무리가 이동해버린, 엄마가 버리고 간 늑대다. 그 뒤로 홀로 살아남았을 과정을 상상했다”고 말했다.

어쩌면 조각에 대해 갖는 투우의 감정선이 투박하게 ‘마더 콤플렉스’로 읽힐 수도 있다. 하지만 김성철은 “콤플렉스라기 보단,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가 어딘가에 집착을 하게 되고, 그게 곧 ‘조각’이 된 거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조각이)나는 못알아봐놓고, 그렇게 감정이라곤 없는 사람처럼 굴면서 왜 강선생(연우진 분)같이 평범하고 재미없는 인간에게는 저런 눈빛을 하고 바라보고 챙겨주나, 그런 단순한 질투 이상의 감정에 휩싸였다”고 풀어냈다.

뮤지컬계 아이돌로 불리며 팬덤을 가진 김성철이 영화 엔딩곡도 직접 불렀다.
뮤지컬계 아이돌로 불리며 팬덤을 가진 김성철이 영화 엔딩곡도 직접 불렀다.

다층적인 연기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작품 ‘파과’ 속 좋은 배역 ‘투우’을 맡은 김성철은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흐르는 노래의 목소리도 담당한다. 민 감독이 ‘파과’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가사를 썼고, 베를린 영화제에 다녀온 뒤 멜로디를 입혀 김성철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뮤지컬계 아이돌’로 불리는 김성철의 맑고도 힘있는 목소리가 영화에 최종적으로 깊은 여운을 더한다.

다만, 뮤지컬 팬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소식이 하나 있다. 김성철은 이미 가장 최선을 다해 연기한 ‘투우’의 모습이 영화로 기록됐기에 ‘파과’ 뮤지컬 작품은 “못 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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