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위기 속에서 우리 농업은 혁신하고 있다. 고령화, 인구 감소, 기후변화 등과 같이 변화하는 환경에서도 묵묵히 땅을 일구고, 가능성을 심어 희망을 싹틔우는 이들이 있다. 바로, 새로운 농업의 길을 개척하는 청년 농업인들이다.
2023년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농가 경영주 중 65세 이상은 66%를 넘지만, 40세 미만 청년 농업인은 0.5%에 불과하다. 농업의 고령화는 단지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 식량안보와 농촌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라는 중대한 과제와 직결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청년 농업인의 존재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농업의 생존 전략이자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다.
오늘날 청년들은 더 이상 부모 세대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드론, 사물인터넷(IoT), 자동화 기술 등과 같은 스마트 농업기술을 비롯해 디자인과 콘텐츠를 융합한 ‘농산물 브랜딩’까지, 농업에 이야기를 입히고 소비자와의 감성적 연결을 통해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생산자를 넘어,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이끌 핵심 주체로서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이들이 마주한 현실은 절대 녹록지 않다. 농지 확보, 초기 자본 마련, 유통 인프라 구축, 기술 습득 등 모든 단계에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농업 산업 전반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이다.
정부는 ‘제1차 후계·청년농 육성 기본계획(2023~2027)’을 추진 중이며, 2024년 8월 ‘농업·농촌 청년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하고, 영농 정착 지원사업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청년 농업인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변화는 현장에서 체감할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 농업의 혁신은 결국 사람 중심일 때 가능한 것이다.
청년 농업인 한명의 의미는 단순한 직업 선택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활력 회복, 국가 식량주권 확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투자이자 희망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청년 농업인들은 현장에서 땀 흘리며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들이 실패하지 않도록 길을 닦아주고 함께 걷는 일이다.
지난 4월16일, 국립식량과학원은 전국의 청년 농업인들과 함께 ‘청년 농업인 식량 산업 포럼’을 창립하였다. 그동안 기관 중심의 스타 청년 농업인 발굴·육성지원에서 청년농 스스로가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열어가는 자주적 운영을 위한 실험이다. 이날 전국의 식량 분야 스타 청년 농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술 기반 사업모델과 조직화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로, 청년 농업인 주도의 실천적 네트워크의 출발점이 되길 희망한다.
이제는 청년 농업인을 단지 ‘육성의 대상’이 아닌 ‘함께 미래를 만들어 갈 동반자’로 바라봐야 한다. 정책은 이들의 시작을 도울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변화는 현장과 사회의 연대, 신뢰와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다.
청년 농업인은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이다. 변화의 씨앗은 이미 심어졌다. 이제 그 씨앗이 튼튼히 뿌리내리고 꽃피울 수 있도록, 우리가 모두 따뜻한 토양이 되어야 할 때이다. 위기를 말하기보다, 그 안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함께 키우는 것,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곽도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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