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최종적으로 89.7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민주당 대선 후보로 당선됐다. 이 전 대표의 당선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지만, 90% 가까운 득표율이라는 것은 민주당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 정도 득표율이라면, 가히 ‘이재명의 민주당’이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너무나 당연한 결과가 나와서 그런지 몰라도, 언론과 세간의 관심은 이번 대선 후보 경선에 참가한 김동연 지사와 김경수 전 지사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에 모이고 있다.
일단 김동연 지사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기 때문에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경수 전 지사 정도만 아마도 선대위에서 공동 선대위원장과 같은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전 대표가 이런 역할을 권할 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본다. 비명(비이재명)과 친문(친문재인) 세력에 대한 포용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포용력을 보여야 지지층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의 행보를 보면, 지지층 외연 확장을 위해 매우 노력하는 듯 보인다. 예를 들어, 보수 논객으로 알려진 정규재 전 주필이나 조갑제 대표와 같은 인사들과 식사를 했고, 윤여준 전 장관과 같은 인물을 선대 위원장으로 영입한 것을 보면, 김경수 전 지사와 같은 인물을 선대위의 중요한 포스트에 임명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그런데 지지층 외연 확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이른바 섀도우 캐비닛을 발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즉, 자신이 집권하게 되면 어떤 인물들과 함께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것을, 대선 이전부터 구체적으로 밝히면, 이들의 면면을 보며 중도층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부분은 대선 승리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NBS(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4월 21일부터 23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의 차기 지도자 선호도 문항에서 태도를 유보한 응답자는 23%에 달했다. 25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지난 4월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면접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도 의견 유보 비율은 23%에 달했다. 이 정도의 의견 혹은 태도 유보 비율이 높은 경우는 과거 대선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렇듯 의견 유보 비율이 높은 이유는, 아마도 이재명 후보를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동시에 계엄을 합리화하거나 탄핵을 적극적으로 반대한 일부 국민의힘 후보들에 대해서도 반감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투표하지 않을 확률이 높은데,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고, 이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면 대선 승리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후보들 개개인의 약점을 예비 내각 명단을 통해 희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차원에서, 예비 내각을 발표해 자신의 지지층을 확장하고, 국민들에게 예측 가능하다는 인상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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