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분기 확정실적 발표

DX 4조 이상 영업익 냈지만 DS는 1조 수준 그쳐

HBM 판매 감소에 파운드리 가동률 저하 등 겹쳐

2분기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생산 시점 변수

“파운드리 2나노 1세대 공정 신뢰성 평가 완료”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1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삼성전자는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다. 새로 출시된 갤럭시S25 시리즈가 ‘실적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에서 미국의 대중국 수출 규제로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가 감소했고,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의 실적 부진도 계속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의 2분기 반등 여부는 불투명하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로 엔비디아의 차세대 AI(인공지능) 칩 생산 일정이 앞당겨지면서 당초 노렸던 초도 물량 확보에 ‘빨간불’이 켜져서다. 실적효자 역할을 하던 스마트폰 출시 효과도 기대할 수 없어 난항이 예상된다.

비메모리 부진에 HBM 감소까지=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 1분기 매출 25조1000억원,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메모리사업부의 매출은 19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7% 줄어들었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9% 늘었지만, 당시 반도체 업황 한파에서 회복하고 있던 시기였음을 감안하면 좋은 성적은 아니다. 메모리사업부의 영업이익도 3조원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HBM 판매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컸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대중 수출 통제 대상품목에 현재 생산 중인 모든 HBM 제품을 추가했다. 이전까지 중국업체들은 트럼프 정부의 규제 강화를 감안해 삼성전자의 HBM을 사전에 대량 매입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중국에 HBM을 직접 판매할 수 있는 길이 막히면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비메모리 사업부의 실적 부진은 메모리사업부의 영업이익을 깎아먹는 결과로 나타났다. 반도체 설계를 맡고 있는 시스템LSI사업부는 주요 고객사에 플래그십 SoC(시스템온칩)을 공급하는데 실패했다. 파운드리는 고객사 확대에 난항이 계속되며 가동률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8.1%로 1위인 TSMC(67.1%)와 59%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러한 가운데 전사 차원에서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스마트폰 ‘갤럭시S25 시리즈’ 판매호조였다. MX사업부는 37조원의 매출,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체 영업이익(6조7000억원)의 60% 이상을 책임진 셈이다. 다만, 가전 및 TV에서는 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분기 트럼프發 무역전쟁 변수=2분기 실적은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1분기 호실적을 이끈 갤럭시S25 시리즈 출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MX(모바일경험)사업부에게 2분기는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되지 않는 시기로, 전통적인 비수기로 꼽힌다.

메모리에서도 2분기는 불투명하다. 최근 트럼프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AI 칩 ‘H20’을 규제한 것이 변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H20에 탑재되는 HBM3 물량의 상당수를 책임지고 있는 만큼, 수익성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H20 규제에 따른 나비효과도 있다. 엔비디아의 해당 규제로 생긴 매출 타격을 메꾸기 위해 당초 올 하반기로 예정됐던 ‘블랙웰 울트라(GB300)’을 생산 시점을 내달로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GB300에는 12단 HBM3E가 탑재된다.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진행된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2025년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진행된 ‘주주와의 대화’ 시간에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이 2025년 사업 추진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은 “이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저희(삼성) 12단 HBM3E 제품이 이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GB300가 조기 출시된다면 삼성전자로서는 초도 물량 공급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에 12단 HBM3E를 공급하기 위해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12단 제품에서도 밀린다면 HBM 시장 점유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2.5%, 삼성 42.4% 마이크론 5.1% 순으로 추정된다.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진행된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D램의 경우 1b 나노로의 공정 전환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라며 ”서버 시장에서 HBM3E 개선 제품과 더불어 128GB(기가바이트) 이상 DDR5 등 고용량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경쟁력 개선을 추진하겠다”라고 말했다.

파운드리에서는 2나노 공정 양산에 집중한다.

노미정 파운드리사업부 상무는 “2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 수율 개선에 집중하며 양산 준비를 차질없이 진행 중”이라며 “2나노 1세대 공정의 신뢰성 평가를 완료해 2분기 양산 투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에는 2나노 1세대 GAA 양산을 시작하고 2세대 공정의 고객사 수주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선단공정 신제품 본격 양산, 성숙 공정의 계절적 수요 회복, 선단노드 매출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전세계적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증대에는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순철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당사는 설립 이래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성장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이번 어려움도 재도약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상황별로 꼼꼼하게 대응책을 마련해 리스크를 관리해 나가고 있다”며 “전세계에 진출한 글로벌 생산 기지와 판매 거점별로 상황에 따라 전략적이고 또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