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 핵심 경영진 총출동

함정 건조·MRO 협력 방안 논의 이어질 듯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한국과 미국 간 조선업 협력이 가시화하는 가운데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이 글로벌 특수선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본거지를 찾는다. 두 기업의 건조 능력을 직접 확인하고, 한미 조선 협력에 대한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0일 방산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펠란 장관은 이날 한국에 입국해 오후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찾을 예정이다. 펠란 장관은 양사 경영진들을 만나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정비(MRO)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HD현대 제공]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전경. [HD현대 제공]

미 해군성은 미국 국방부 산하 조직으로 해군의 행정·제도적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다. 해군이 실제 군사 작전을 맡는 반면 해군성은 행정·예산·인사·장비 획득을 맡아, 기업 입장에선 고객과 다름없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트럼프 주니어의 울산·거제 동행 가능성은 일정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조선업 재건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하며 세계 1위 조선 경쟁력을 가진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해왔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해군력 강화에 나서고 있지만, 조선업이 낙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당수 해군 함정의 노후화로, 함정 건조와 유지 보수가 시급해 한국과의 협력에 적극적이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미 해군은 향후 30년간 총 364척의 함정을 건조하기 위해 1조750달러(약 1600조원)를 들이기로 한 데 이어 군함 건조를 동맹국에 맡길 수 있게 관련 법 개정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미 해군 함정 MRO 사업 규모만 연간 20조원에 달한다. 잠수함이나 함정의 운영 기한은 국가별 정책에 따라 최대 40년으로 주기적인 유지·보수·정비를 받아야 해, MRO 수요는 지속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양사의 핵심 경영진이 모두 현장에 총출동할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적 시장의 ‘큰 손’과 직접 협력 논의의 물꼬를 틀 기회란 점에서다. 일각에선 한화오션이 수주한 두 번째 미 해군 함정 급유함 유콘 유지보수(MRO)가 진행 중인 만큼 이 현장을 펠란 장관이 직접 둘러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미국의 장관급 인사가 조선소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것은 한미 조선업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시작하기 전, 사전 방문 차원으로 읽힌다. 펠란 장관은 지명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한화오션의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를 거론하며 “그들이 그것을 강화하고 더 낫게 만드는 방안을 살펴볼 것인데, 그들의 자본과 기술을 이곳(미국)으로 유치하는 것은 내 생각에 매우, 매우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국내 두 기업은 미국 조선·해양 방산 시장을 놓고 경쟁 중이다. 재계에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두 오너 3세의 자존심 대결 구도로도 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업무 협약을 맺은 헌팅턴 잉걸스의 생산 능력 향상을 지원할 계획이고,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과 함께 지난해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바 있다. 다만 두 기업은 지난 2월 해외 해양 방산 시장에서 원팀을 이루기로 합의했다. HD현대중공업이 수상함, 한화오션이 잠수함 사업 수주에 전념한다는 계획이다.


k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