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저축은행 인수 추진, 몸 만들기 돌입
풋옵션 분쟁 일단락 자평, 공정가치 평가 필수
FI 측 지분 10.5%, 금융당국 ‘분쟁 해소’ 판단 여부 관심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회사 제공]](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9/news-p.v1.20250429.b39bab25267e435f885d2461cf921ccf_P1.jpg)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교보생명이 신규 인수합병(M&A)으로 체급을 키우고 금융지주사 전환을 선포했다. 지주사 전환의 걸림돌이 됐던 신창재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 사이 풋옵션(매수청구권) 분쟁은 일단락됐다고 자평한다.
다만, 여전히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와 EQT파트너스(옛 베어링PEA)등 FI와 풋옵션 계약은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 신 회장이 지주사 전환을 위해 소수지분으로 위축된 FI와의 분쟁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지 주목된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은 FI 대상 풋옵션 대응을 위한 교보생명 공정가치 평가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작년 말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에 간접강제금을 부과하며 교보생명 공정가치 평가를 거쳐 풋옵션을 이행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신 회장은 연초 EY한영을 평기기관으로 선임하며 공정가치를 산출하는 듯했으나 EY한영이 감사인으로 지정되면서 가치 평가 계약은 해제했다.
국내 법원에서 ICC와 다른 해석 내놓으며 신 회장도 자금 부담은 덜어낸 상황이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ICC 판정은 유효하고 신 회장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제집행도 타당하나 ‘간접강제금’의 경우 한국 법원이 명해야 한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ICC가 제시한 간접강제금은 하루 20만달러에 달한다.
신 회장과 FI 사이 풋옵션 분쟁은 2018년 본격화됐다. 앞서 2012년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IMM PE·EQT·싱가포르투자청(GIC) FI 4곳은 컨소시엄을 꾸려 대우인터내셔널이 소유하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신 회장은 FI에 교보생명의 상장 시한을 약속하고 불발 시 지분을 특정 가격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제공했다. 교보생명 기업공개(IPO)가 지연되자 2018년 FI는 총 2조원 규모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다만 신 회장은 FI가 제시한 가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풋옵션 분쟁이 장기화되자 어피니티와 GIC는 올해 신 회장과 합의점을 찾았다. 투자 단가는 주당 24만5000원이었으나 풋옵션 행사가는 23만4000원으로 손실을 감내했다. 또 다른 FI인 어펄마캐피탈 역시 투자 원금만 회수하는 선에서 신 회장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마지막 FI IMM PE와 EQT의 교보생명 지분율은 각각 5.23%씩 총 10.46%를 나타낸다. 컨소시엄 시절 신 회장에 이어 2대주주였으나 어피니티와 GIC의 손절로 소수지분으로 떨어졌다. 어피니티 풋옵션 행사 물량은 신 회장 우호주주인 일본 SBI홀딩스가 인수했다. 이로써 신 회장 측 지분은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분쟁이 진행형인 가운데 교보생명이 돌연 M&A를 공표하며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교보생명은 SBI홀딩스와 지분 제휴에 이어 자회사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900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교보생명은 보도자료를 통해 “FI와의 풋옵션은 일단락됐고 금융지주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주주와 일부 FI 사이 다툼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판단도 주목된다. 당국의 지주사 전환 승인에 있어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안정성도 핵심 평가 지표다. 수년간 이어진 풋옵션 분쟁은 교보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에 최대 걸림돌이었다.
물론 FI 측 의결권은 교보생명 경영 의사결정을 저지할 수준은 아니다. 컨소시엄 리더였던 어피니티가 지분을 정리하면서 FI 측이 보유하던 이사회 1석 지명권도 사라졌다. 따라서 교보생명 이사회 구성원 모두 신 회장 측 인사로 채워졌다. ‘경영권 분쟁’ 자체는 해소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공정가치가 얼마인지 평가 받아야 풋옵션 행사가도 결정되는데 해당 작업 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신창재 회장과 교보생명 FI 사이 별도로 협상을 이어가는 상황도 아니다”고 말했다.

ar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