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위기감 고조에 ‘선택과 집중’ 강조

‘실리주의’ 기조 속 각 계열사 사업 구조 혁신 릴레이

구광모 LG그룹 대표의 메시지 및 올해 LG그룹 사업 중단 사례
구광모 LG그룹 대표의 메시지 및 올해 LG그룹 사업 중단 사례

[헤럴드경제=김민지·고은결 기자] LG화학이 바닷물을 산업용수로 정화하는 역삼투막(RO 멤브레인) 필터를 만드는 워터솔루션 사업부 매각에 나선다. 이번 매각에는 불확실한 대내외 경영환경으로 고조된 위기감에 대한 구광모 ㈜LG 대표의 강한 ‘선택과 집중’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한데 이어 ‘실리주의’를 통한 과감한 사업 구조 혁신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는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지난달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러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한다”며 “‘지속 가능한 경쟁 우위’, ‘진입장벽 구축’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자본의 투입과 실행의 우선순위를 일치시켜야 하며, 이는 미래 경쟁의 원천인 연구개발(R&D)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LG의 78주년 창립기념일에 열린 당시 사장단 회의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진 30여 명이 참석했다.

그는 “일부 사업의 경우, 양적 성장과 조직 생존 논리에 치중하며 경쟁력이 하락해 기대했던 포트폴리오 고도화의 모습을 만들어 내지 못했으며, 이런 모습이 그동안의 관성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골든 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시급함을 강조했다.

구 대표는 취임 후 사업성이 낮은 분야에 대해 과감히 철수하며 ‘실리주의’ 행보를 보여왔다. 그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각 계열사도 시장 상황이 좋지 않거나 경쟁력이 낮은 사업을 정리하며 포트폴리오 혁신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통풍치료제 ‘티굴리소스타트’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티굴릭소스타트는 LG화학이 LG생명과학때부터 개발해 온 계열 내 최고(베스트 인 클래스) 신약이다. 임상 데이터는 우수했지만, 상업화를 위해서는 현재까지 투자한 2000억원보다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한 것을 감안해 중단을 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원재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2022년부터 인도네시아 정부와 추진하던 11조원 규모의 배터리 밸류체인(가치사슬) 구축 프로젝트를 철회했다.

최근 LG전자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 종료도 같은 연장선이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은 LG전자가 ‘차세대 유니콘’으로 공들이던 핵심 B2B 사업 중 하나였지만, 2021년 진출 후 비교적 빠른 3년만에 철수 결정을 내렸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전기차 시장 캐즘(수요 둔화)가 짙어지며 자회사 하이비차저의 실적 부진 문제가 커졌다.

LG전자는 인도에서 진행 중인 기업공개(IPO)도 연기했다. 당초 다음달 말 인도 증시에 상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시장 상황 등을 이유로 속도 조절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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