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 발생’ 미아역 마트 앞 추모 공간
동네 주민들은 유사범죄 재발할까 노심초사

[헤럴드경제=김도윤·이용경 기자] 지난 22일 서울 강북구의 한 마트에서 30대 남성 A씨가 흉기 난동을 일으키면서 장을 보러 온 60대 여성 1명이 사망하고 40대 여성 1명이 부상을 입었다. 동네 주민들은 일상 생활 공간에서 발생한 흉악 범죄에 심리적 불안감을 호소했다.
24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사고 현장은 출퇴근길과 등하굣길 주민들이 자주 오가는 평범한 동네였다. 사건이 발생한 마트 앞에는 조화 12송이와 함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우리 이웃 아주머니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등의 손글씨로 된 추모 메시지가 놓였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은 제각기 발걸음을 멈추고 추모 현장을 들렀다.
주민들 “같은 사고 당할 수 있단 생각에 불안”
![서울 미아동 마트에 흉기 난동을 부려 60대 손님을 숨지게 하고, 40대 종업원을 다치게 한 A씨가 24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4/rcv.YNA.20250424.PYH2025042403970001302_P1.jpg)
특히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불안감을 호소했다. 심모(59) 씨는 “동네 마트에서 이런 일이 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며 “인근 공중화장실을 쓸 때도 칸막이 뒤에서 누가 튀어나올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범행이 일어난 마트를 자주 이용했다는 고등학생 이학민(17) 군은 “마트가 학교 가는 길목에 있어서 자주 들렀는데, 이유 없이 사람이 죽고 다쳐서 더 무섭다”고 했다. 마트 인근 편의점에서 일하는 박현경(53) 씨도 “귀가할 때마다 혹시 또 같은 일이 생길까 걱정된다”며 “나도 사고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고 말했다.
주변 상인들도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특히 마트 반대편에서 김밥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사건 당시 범행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고 했다. 그는 “자려고 누우면 흉기를 휘두르는 장면이 떠올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사건 당일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내러 나갔다가 피 흘리며 쓰러진 여성을 봤고, 마트 물건들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고 범행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이모(60) 씨도 또 다른 목격자다. 이씨는 “도저히 믿기지 않고 무섭다”고 당시를 떠올리는 것조차 어려워 했다. 그는 “밖에서 ‘사람 살려’라는 소리가 들려 나가보니, 바닥에 피가 흥건했다”며 “경찰이 테이저건을 꺼내자 범인이 ‘담배 한 대 피우고 가겠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칼을 든 채 주변 사람들에게 가라고 손짓하던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다”고 했다. 일부 주민들은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 박모(46) 씨는 “이런 범죄가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사형과 같은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30대 남성 A씨는 지난 22일 오후 6시 20분께 서울 강북구 미아역 인근 마트 내부에서 흉기를 휘둘러 60대 여성 1명을 사망케 하고 40대 여성 1명을 부상케 한 혐의를 받는다. 인근 병원의 환자복을 입고 있던 A씨는 범행 직전 마트 내부에 있던 주류를 마신 뒤 진열돼 있던 부엌칼 포장지를 뜯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는 범행 직후 마트 매대에 흉기를 숨기고 인근 골목으로 이동해 경찰에 자진신고 전화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출동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 체포하고 이튿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0단독 최기원 판사는 24일 살인 혐의를 받는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봉천동 방화, 미아동 흉기난동 연이은 범죄
전문가들 “촘촘한 사회안전망 구축 필요해”
![봉천동 아파트 방화 유력 용의자가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한 빌라 앞에서 아파트에 불을 내기 전 농약살포기 추정 도구를 이용해 불을 지르고 있다. [연합]](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5/04/24/rcv.YNA.20250421.PYH2025042114950001300_P1.jpg)
이번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기 하루 전인 지난 21일에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는 아파트 방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방화범은 화재로 사망했고, 4층에서 추락한 70~80대 여성 2명이 전신에 화상을 입고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기 흡입으로 인한 경상자도 4명으로 나타났다.
연달아 발생한 이 같은 강력범죄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다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 등 이상동기 흉악범죄는 단순한 치안 문제가 아니라 이를테면 ‘인간 안보’의 차원에서 다뤄야 할 중대한 사회 구조적 문제”라며 “경찰의 단편적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범정부적 차원의 종합 진단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여전히 땜질식 대응에 머무는 한 시민들의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도 “이상동기 범죄는 개인의 분노와 좌절이 외부로 표출된 결과로서 단순한 치안 강화로는 예방에 한계가 있다”며 “사회적 고립과 정신적 위기를 조기에 감지해 지역사회가 연계 대응할 수 있는 촘촘한 사회 안전망 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찰 능력만으로 사전에 이 같은 범죄를 파악하고 방지하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지역 주민과의 대면접촉 빈도를 높여 신뢰를 바탕으로 한 조기 제보 및 신고 체계를 구축하거나 주의해야 할 행동 유형 등에 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른바 ‘묻지마 범죄’는 ‘이상동기 범죄’라는 이름으로 개념화돼 있는데, 주로 ▷피해자 무관련성 ▷동기의 이상성 ▷행위의 비전형성 등을 특징으로 한다. 경찰은 지난 2023년부터 관련 통계 자료를 분석하고 있는데, 2024년 말까지 약 88건을 집계한 상태다. 단순 살인뿐만 아니라, 살인미수, 상해, 폭행 등도 포함해 폭넓게 분석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경찰 관계자는 “현재 봉천동과 미아동 사건에 대해서는 이상동기 범죄인지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한 경찰 고위 관계자는 “21일 오전에 봉천동 아파트 방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강남 초등학교 통학로 주변에 배치했던 기동순찰대를 봉천동에도 분산, 집중 배치한 상태”라며 “미아동도 관할 기동대가 지역경찰과 함께 연계해 집중순찰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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