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출집단 탈법행위 유형·기준 고시 제정

실질적인 채무보증 효과 발생 여부 판단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대기업 계열사끼리 총수익스와프(TRS) 등 파생상품을 채무보증으로 악용하는 ‘꼼수’를 차단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탈법 행위의 세부 유형을 규정하고 규제에 나선다.

공정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에 적용되는 탈법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를 제정했다고 23일 밝혔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뉴시스]

현행 공정거래법은 대기업집단의 동반부실화·여신편중 등 과도한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국내 계열사 간 채무보증을 금지한다.

공정위는 최근 TRS를 채무보증 제한제도 회피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이번 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TRS는 기초자산에서 향후 발생할 수익과 사전에 약정된 현금흐름을 교환하는 파생상품으로, 계열사 간 서로 채무를 보증해주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낸다.

이에 따라 제정안은 상출집단 소속 국내 계열사가 발행한 채무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을 금융기관과 거래하는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채무보증 효과가 발생하면 탈법행위로 규정하기로 했다.

적용 대상 기초자산은 ▷채무증권 ▷신용연계증권 ▷신용변동이다. 3가지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채무보증 효과 발생 여부를 판단한다. 특히 시장위험 이전 없이 신용위험만 이전하는 경우 채무보증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규제 대상인 거래 당사자에는 은행·보험회사 등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금융기관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도 포함했다. 상출집단이 금융기관과 TRS를 직접 거래하는 데서 나아가 금융기관이 SPC를 중간에 두고 거래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제정안은 채무보증 탈법행위에 해당하는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을 명시해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실질상 채무보증 효과가 발생한 사례로 ▷계열사의 파생상품 매수로 다른 계열사의 사채 발행이 가능해진 경우 ▷시장위험 이전 없이 신용위험만 이전한 경우 ▷파생상품 매수인의 수익이 전혀 없는 경우 등을 꼽았다.

전환사채·전환형영구채 등 주식으로 전환됐거나 전환될 것이 확정적일 때는 탈법행위로 보지 않기로 했다. 기초자산이 지분증권 또는 수익증권인 파생상품은 기초자산의 시장가치 변동에 따른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탈법행위의 예외로 인정한다.

이번 고시는 기업들의 준비 기간을 고려해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4월24일부터 시행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고시 시행 전까지 상출집단 대상 정책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법 위반 행위 예방을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파생상품을 채무보증 규제 회피수단으로 악용하는 탈법행위를 적극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y2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