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한 트레이더가 증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AFP]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한 트레이더가 증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월가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국면보다 더 가파른 속도로 미국증시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 미국 경제가 침체를 맞을 경우 글로벌 증시를 비롯한 국내 증시에도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19일 블룸버그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가의 투자 전략가들은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 연말 평균 목표치를 종전 6539에서 6047로 7.5% 낮춰 잡았다. 지난 2020년 2~3월 사이에 연말 전망치가 5% 낮아진 것과 비교하면 더 빠른 속도로 하향 조정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경제 성장과 기업 이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블룸버그는 “다만 현 시점에서 전략가들의 평균 목표치는 17일 종가 대비 약 14% 높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추가적인 하향 조정이 없다면 올해 S&P 500이 연간 2.8% 상승 마감에 그칠 것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연간 23.31%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적이다.

조사에 참여한 21명의 전략가 중 13명이 목표치를 하향 조정했다. 가장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한 이는 JP모건체이스의 드브라브코 라코스-부야스로, 전망치를 종전 대비 20% 낮춘 5200으로 제시했다.

에버코어ISI, 오펜하이머, 뱅크오브아메리카,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 역시 각각 15% 이상 하향 조정했다.

당초 지난해 3분기 월가에서는 S&P500이 7000을 돌파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만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침체론’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다.

미국의 저명 경제학자인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으로 인해 미국의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을 가능성보다 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가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스태그플레이션적’ 충격을 겪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포즌 소장은 “경기 침체가 있을 수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어느 쪽이든 인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다”며 경기 침체 가능성을 65%로 평가했다. 상호 관세 정책으로 기업 활동은 위축되는 가운데 관세가 소비자 가격으로 이전될 가능성은 높아진 탓이다.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을 맞이할 경우 국내 증시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미국에서의 소비가 감소하면 국내 기업 수출에도 직격탄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증시가 저평가 구간에 진입한 만큼 하락폭은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에도 기관 투자자의 순매수세로 코스피 지수는 상승했다”라며 “미중 관세 전쟁은 예상보다 악화되고 있지만 오히려 예상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들은 다 나왔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수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Bad is good(나쁜 게 좋은 것)’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방어적 포트폴리오보다는 업사이드 리스크를 대비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