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어느덧 데뷔 20년차가 된 가수 김연우는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이는 치켜세우는 가창력의 신이다. ‘보컬의 교과서’를 지나 이제는 ‘연우신(神)’으로 불린다. 20년 가수 인생에선 알려진 시간보다 알려지지 않은 시간이 길었다. 지난 16년을 무명 아닌 무명으로 살았다. 김연우가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것은 불과 4년 전이었다. TV 음악경연프로그램을 통해서야 주목받아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김연우의 가수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간들을 돌아봤다.
▶ 토이, 유희열과의 만남…1996년 데뷔=김연우에게 토이는 없어선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김연우와 유희열은 군 제대 후 대학로 냉면집에서 처음 만났다. 1995년 현대자동차 광고를 통해 음악계에 첫 발을 디딘 김연우에게 가수라는 이름을 선물한 사람이유희열이다. 김연우라는 예명도 유희열이 지었다.
1996년 김연우는 유희열의 러브콜을 받아 토이 2집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로 데뷔하게 된다. 유희열은 김연우에 대해 “은인같은 존재이자 내 청춘의 가장 중요한 한 사람”라고 말했고, 김연우는 유희열에 대해 “지금의 김연우를 만든 사람”이라고 한다. ‘아버지!’라고 부르기에도 주저함이 없다.
김연우는 그 뒤 1997년 야심차게 준비한 1집 ‘그대 곁엔 나밖에’ 앨범을 내놓았지만, 방송 두세 번을 끝으로 활동을 끝냈다. IMF 한파는 김연우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앨범 실패로 암흑기를 보낸 김연우에게 1999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도 유희열. 과연 아버지라 할 만했다. 김연우는 토이 4집의 히트곡 ‘여전히 아름다운지’에 참여하며 주목받게 됐다.
토이와의 만남 이후에도 김연우의 무명은 이어졌다. 2004년 무렵 김연우는 ‘실용음악계의 레전드’로 불리며 재야에서 수많은 제자를 키워냈다. 빅마마 이영현, SG워너비 이석훈, 브라운아이드걸스 제아, 임정희, 지영선, 윤계상은 물론 배우 지성 홍진경도 김연우를 거쳐간 제자들이다.
▶ 2011년 ‘나는 가수다’…‘보컬신’의 등장=방송 역사상 가장 섬뜩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2011년 MBC ‘나는 가수다’. 가수가 자신의 직업을 걸고 서바이벌을 벌인다는 잔혹한 경쟁의 무대에 김연우가 출연했다.
그 해 5월 방송된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김연우는 단 두 곡의 노래를 부르고 탈락한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김연우는 ‘보컬의 교과서’로 불리는 미성의 발라드 가수. 한풀이를 하듯 감정을 쏟아내지도, 화려한 공연을 선보이지도 않는다. 오직 목소리 하나만으로 차분하게 직구를 던지는 가수였기에 ‘나는 가수다’ 무대의 김연우는 경쟁자들에 비해 힘이 약했다.
당시 마지막 무대에서 김연우는 김장훈의 ‘나와 같다면’을 부르고 4위에 올랐다. 첫 무대의 뼈 아픈 꼴찌 이후 ‘나는 가수다’가 원하는 무대를 꾸미기 위해 도전을 감행했다. 코드 진행을 바꾸고,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고음을 강조했다. 당시 무대에 대해 가수 박정현은 “김연우의 특징을 버리고 도전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아쉬운 탈락. 하지만 이 무대를 계기로 김연우는 각종 프로그램의 섭외 1순위로 꼽히며 ‘예능 꿈나무’로 거듭나게 됐다.
다음해 ‘나는 가수다2’에 도전, 김연우는 명예졸업장까지 받는 쾌거를 안았다. 이후 시트콤 ‘스탠바이미’,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3’의 멘토로 활약하며 활동폭을 넓혔다.
▶ 2015년 ‘복면가왕’…또 한 번의 전성기=김연우의 전성기는 또 한 번 찾아왔다. 2015년 5월 MBC ‘복면가왕’을 통해 다시 한 번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복면을 쓴 채 노래를 불렀지만, 시청자들은 단번에 알았다.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얼굴이 ‘연우신(神)’이라는 것을 말이다. 김연우의 존재는 ‘암묵적인 비밀’이었다.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가왕은 프로그램 최초의 장기집권 가왕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연우는 약 10주간 ‘복면가왕’의 왕좌에 오르며 4, 5, 6, 7대 가왕으로 자리를 지켰다. 프로그램의 초반 인기를 견인하고, 안착을 도운 일등공신이었다. 김연우가 복면을 벗고 얼굴을 공개하던 순간 시청률은 무려 26.2%까지 치솟았다. 김연우가 ‘복면가왕’에서 부른 ‘’사랑할수록‘, ’가질 수 없는 너‘, ’만약에 말야‘ 등은 올 3월까지도 음원사이트 지니 집계 기준 리메이크 음원차트 10위권 안에 머문 ’롱런‘ 곡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연우는 앞서 6일 진행된 데뷔 20주년 콘서트에서 “데뷔 20년차가 됐지만 16년을 무명 아닌 무명으로 살았다. 방송을 많이 하지 않아 얼굴 없는 가수였다”라며 “나를 불러주는 데가 없어도 묵묵히 다독이며 지내왔다. 지금 이렇게 후배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고, 노래할 수 있으니 이만하면 평탄하고 즐거운 삶이다. 지친 20년을 쉬어가며 많은 팬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가수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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