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수원컨벤션센터서 제56기 정기주총 개최

李회장 질책 후 무거운 분위기서 경영진 총출동

한종희 “기본으로 돌아가 재도약 기틀 다질 것” 강조

주주들 “삼성, 미래 트렌드 못 읽는다” 지적

M&A 현황·주가부양대책·對美투자 전략 질의

삼성전자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의장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주주, 기관투자자,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의장 인사말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수원)=김민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임원들을 향해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책한 가운데, 주요 경영진이 주주들 앞에서 “기본으로 돌아가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현장에 참석한 주주들은 M&A 현황과 주가 부양 대책에 대해 적극 질의하며 삼성전자를 둘러싼 안팎의 우려를 전했다.

“기본서 재도약 기틀 다지겠다” 엄중한 분위기 속 진행된 주총=19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 제 56기 정기 주주총회에는 한종희·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했다. 최근 이재용 회장이 임원들에게 ‘사즉생의 각오’를 강조하며 질책한 만큼, 참석한 경영진들은 모두 무거운 표정으로 주총장에 입장했다.

먼저 한종희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2025년은 거시경제 불확실성 등으로 어려운 한 해가 예상되지만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회사의 경영철학에 집중하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이어 “기존 사업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AI 산업 성장이 만들어가는 미래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로봇∙메드텍∙차세대 반도체 등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삼성전자 내 전반적인 위기감과 긴장감이 느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반도체 사업 중심의 실적 부진과 기술력 약화의 늪에 빠졌다.

고대역폭메모리(HBM)을 포함한 AI 메모리 제품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뒤처졌고, 빅테크 ‘큰손’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1년 넘게 HBM3E(5세대)를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수십조를 투자하며 야심차게 시작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업계 1위인 TSMC와의 시장 점유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시스템LSI사업부에서는 성능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이재용 회장은 최근 삼성 임원 대상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질책하며 “경영진부터 철저히 반성하고 ‘사즉생’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메시지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며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삼성의 위기에 대한 안팎의 우려가 큰 가운데, 기업의 생존이 달릴 정도로 심각함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제56기 주주총회가 진행 중인 모습.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제56기 주주총회가 진행 중인 모습. [삼성전자 제공]

주주 약 1000명 참석…M&A현황·주가부양대책 질의=이날 주총장에는 1000명에 달하는 주주들이 참석하며 준비된 좌석이 거의 꽉찼다. 주주들은 주가 부양 대책과 인수합병(M&A) 추진 현황, 트럼프 정부 2.0에 대한 대응책 등에 대해 적극 질의하며 기술 리더로서의 경쟁력 회복을 요구했다.

주총에 참석한 한 주주는 “삼성이 M&A에 대해 3~4년째 고민하고 있는데 현 경영진과 사외이사들이 미래 트렌드를 적기에 읽고 좋은 의사결정이 나와서 테크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주주 입장에서 간곡히 부탁한다”며 “사외이사들이 삼성전자에 기본적인 방향에 대해 동조하는 게 아니라 건전한 비판과 방향성을 제시해 협심했으면 바란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올해는 보다 유의미한 M&A를 추진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특히 반도체 분야는 주요 국가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승인 이슈가 있어 M&A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반드시 성과를 이뤄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책에 대해서는 “미국 대선 전부터 관세 이슈에 따른 부정적 영향에 대비하는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해왔고, 현재도 예의주시하며 즉각 대응을 위해 노력 중”이라며 “관세 장벽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는 여러 대안을 검토 중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당사의 글로벌 공급망을 바탕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주주가치 제고에 대해서는 “주가 부양의 핵심은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실적과 기술경쟁력 회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근원적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해 주가를 회복시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2024년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지난해 11월에는 회사 가치가 저평가 됐다는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10조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주가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2024년에 임원 대상으로 주식 보상 제도를 처음 도입했고 내년부터는 직원들에게도 확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장 로봇존에서 시연되는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의 모습[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제56기 정기 주주총회장 로봇존에서 시연되는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의 모습[삼성전자 제공]

주총장에 로봇개·볼리 등장해 이목=이날 주총장에는 삼성전자의 AI와 차세대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신성장 사업에 대한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전시도 마련됐다. ▷연내 출시 예정인 AI 홈 컴패니언(Companion) 로봇 볼리(Ballie)를 포함해 ▷투명 마이크로 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하만의 AI기반 전장 솔루션과 오디오 기기 ▷최근 삼성전자 자회사로 편입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개 등을 볼 수 있었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4인(김준성, 허은녕, 유명희, 이혁재) 선임 ▷사내이사 3인(전영현, 노태문, 송재혁)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2인(신제윤, 유명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상정됐다. 안건 통과로 전 부회장과 송 CTO가 사내이사로 새롭게 합류하며 DX(디바이스경험) 부문과 DS(반도체) 부문의 담당 사내이사가 2명씩 동수를 이루게 됐다. 새로운 사외이사 멤버로 반도체 및 AI 석학으로 꼽히는 이혁재 서울대 교수가 선임되면서 이사회 내 전문성도 강화됐다.

한 부회장은 “지난해는 반도체 산업의 경쟁 심화, IT 기술 급변 등 경영 여건이 쉽지 않은 가운데서도 매출 300조원을 돌파하고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증가했다”며 “전략적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강화 등 지속 성장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의 결과, 2024년 회사의 브랜드 가치는 인터브랜드 평가 기준으로 사상 첫 1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5년 연속 글로벌 5위를 수성했다”고 강조했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