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입니다. 인간이 불을 집어든 날, 첫 셰프가 탄생했습니다. 100만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은 음식에 문화를 담았습니다. 미식을 좇는 가장 오래된 예술가, 셰프들의 이야기입니다.
혼마 히로토 사루카메 오너셰프 인터뷰
“돈만 좇아선 성공 어려워…음식에 ‘진심’ 담아야”
“한국에서 100명의 제자 양성하고파”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제면조차 하지 않으면, 그것은 가짜 아닐까요?”
일본에서는 작은 라멘집조차, 제면(면을 직접 만드는 것)을 하고 주방 한 켠에서는 교자를 빚는다. 라멘만이 아니다. 우동, 소바. ‘국수’ 종류를 파는 식당이라면, 제면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제면을 하지 않는 식당은 무시받는다. 제면을 하는 식당이라고 특출나게 비싸지 않다. 제면을 하지 않는 식당이 저가로 낮춰질 뿐이다. 밥집에서 밥을 하는 것처럼 면을 파는 곳이라면 제면을 하는 건 당연하게 취급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제면을 하는 곳을 찾기 힘들다. 1만원이 넘는 가격의 라멘을 팔면서도 제면을 하는 곳은 많지 않다. 라멘뿐 아니다. 일부 평양냉면, 칼국수집을 제외하고는 당연한 듯 공산품을 쓴다. 제면이 드물기 때문에 제면을 하는 곳은 커다랗게 ‘자가제면’을 내건다. 그것만으로도 프리미엄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이는 곧 가격에 반영이 되고,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진다.

서울에서 2년 연속 미슐랭에 오른 라멘집 ‘사루카메’의 혼마 히로토(本間裕人) 셰프는 자가제면 대중화가 한국의 미식 문화 발전에 분명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장에서 찍어내는 재료들을 조립해 만든 음식은 ‘가짜’라는 게 그의 미식 철학이다.
“공장에서 만든 면과 육수를 가져다 파는 식당은 ‘가짜’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에는 정성이 들어가야 합니다. 내 가족에게 먹여주고 싶은, 그런 정성들인 음식이 진짜 음식입니다. 효율성과 돈만 좇아서는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없습니다.”
라멘이나 냉면, 우동 등 국수 요리에서 육수만큼 중요한 게 면이다. 면은 생각보다 만들기 굉장히 까다롭다. 소금과 물의 비율, 온도, 습도와 반죽을 치대는 정도, 반죽의 숙성 정도 등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달라진다. 메밀의 경우에는 메밀과 밀의 배합 비율도 따져야 한다. 요리 목적에 따라 면의 굵기와 모양도 다 다르게 해야 한다.

잘 만들어진 자가제면과 공산품의 맛은 비교가 불가하다. 공산품의 경우 빠른 시간에 많은 양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면의 밀도가 떨어진다. 환경에 따른 맛의 조정도 어려울 뿐더러 유통 과정에서 수분이 빠져 푸석하고 거친 식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많은 첨가물과 방부제가 들어가기도 한다. 한국에서 자가제면을 찾기 어려운 이유도 그만큼 만들기 까다롭고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결국은 맛보다 효율성을 따진 결과다.
“요리인으로서 당연히 고객에게 제공되는 재료 전부를 스스로 만들고 있습니다. 면에 관해서는 제면기도 일본에서 가져올 정도로 작은 부분까지도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기존에 있는 면 중에서 고르는 것이 아니라 제로부터 이미지의 형태를 스스로 만들어 가고. 계절에 맞추고, 그리고 나서 그 토지와 시대에 맞는 면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인에게는 물론 세계속의 모든분에게도, 처음이지만 익숙한 향수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무언가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혼마 히로토 셰프가 면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육수다. 미슐랭에 오른 사루카메의 ‘바지락라멘’의 육수에는 바지락과 돼지고기, 일본식 간장 등이 기본으로 사용된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게 좋은 육수의 기본 조건이라고 한다. 사루카메의 육수는 정체돼 있지 않다. 손님들의 입맛에 따라 계속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처음에 바지락라멘에 닭고기를 사용했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따라 돼지고기로 바꿔 깊은 맛을 더했다.
“한국의 일본식 라멘에 다양성을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한국의 해산물과 건어물은 훌륭합니다. 양국의 문화를 잘 섞은 라멘을 도전해보고 싶었습니다. 라멘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서민들이 기뻐할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거도 잊지 않아야 함과 동시에 시대에 변화도 함께 배워 익혀야 합니다. 한국에 사루카메가 있어 좋다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도록, 그런 라멘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혼마 히로토 셰프는 돈만 좇아 빨리 성공하기를 바라는 건 과욕이라고 한다. 요리와 음식에 ‘진심’이 담는 것이 먼저다. 고객이 좋아하는 맛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가족에게 먹여주고 싶은 그런 마음으로 정성을 들인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돈과 명예는 진심이 담긴 요리가 완성된 후 뒤따르는 보상이다.
“요리는 수행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늘 어머니를 생각하며 음식을 만듭니다. 어머니에게 칭찬을 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진심이 담아 음식을 만들고 있습니다. 가족을 생각하듯, 고객을 대하면 진심이 담긴 음식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고객을 생각하지 않고 돈만 보거나, 셰프 본인만 좋아하는 요리를 해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요리사에게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처음 2~3년은 진심으로 음식과 고객을 대하는 인격을 수행하는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인격을 다져놓지 않으면, 음식에도 진심을 담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100명의 제자 양성하고파…진심이 담긴 음식, 전세계 퍼지길”

혼마 히로토는 교토 출신이다. 그렇다고 그가 ‘교토적인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솔직하고 직설적인 편이 맞을 것이다.
그가 중학생이던 1990년 초는 일본의 황금기였다. 거리에는 외제차가 넘쳐났고, 세계적인 레스토랑이 일본을 향했다. 거리마다 최고의 맛집이 넘쳐났다. 당시 세계의 미식의 중심에 일본이 있었다. 그런 환경은 혼마 히로토 셰프에게 행운이었다. 미식의 견문을 넓힐 수 있었던 기회였던 것이다.
“어릴 적부터 맛집을 찾아다니곤 했어요. 중학생인데도 버스를 타고 레스토랑에 가서 멋진 음식을 맛보곤 했지요. 그럴 수 있었던 건 지금 생각해도 행복이었던 거 같아요.”
본격적으로 요식업계에 입문한 건 16살이었다. 야키니꾸 가게에서 일을 하며, 한식과 인연을 쌓았다. 세계 무대를 꿈꿨던 그는 무작정 뉴욕으로 가 뉴욕대에서 레스토랑 경영을 전공했다. 이후 뉴욕의 미슐랭 스시 레스토랑 ‘주얼 바코’와 교토의 ‘유즈야’에서 일을 하며 셰프로서 역량을 키웠다. 미국에서 만난 한국인 아내와 함께 2020년 한국에 들어와 사루카메를 인수했다. 사루카메는 2024년과 2025년 미슐랭 빕구르망에 선정됐다.

혼마 히로토 셰프의 다음 목표는 서유럽이다. 그곳에서 일본의 미식 문화를 알리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100명의 제자를 육성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그의 미식 철학을 잇는 100명의 제자들이 한국의 미식 문화를 끌어 올릴 수 있기를, 세계 곳곳에 그의 진심이 닿기를 고대해본다.
“한국에서 최소한 100명의 제자를 키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들로하여금 한국 사람들에게 계속해 사랑을 받는 음식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다음은 더 넓은 세계로 나가려 합니다. 세계 곳곳에 진심이 담긴 음식을 알리는 것이 저의 존재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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