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이사가 직무를 수행할 때 충실 의무를 다해야 하는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단독 처리했다.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이르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게 민주당 방침이다. 민주당은 기업의 합병이나 분할로 주식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와관련,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물적 분할로 소액 주주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취해 수십만 명을 절망에 빠뜨리는 것은 범죄 행위”라며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쪼개기 상장, 즉 기업의 물적 분할로 소액주주들만 낭패를 보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데는 정부· 여당이나 민주당 모두 생각이 같다. 그러나 그 수단으로 상법을 개정하는 것은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 될 수 있다. 상법은 비상장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해 100만여 개 기업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기업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가 포함되면 주주가 이사에게 직접 책임을 추궁할 수 있어 소송이 남발되고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우려가 커진다. 개인 투자자부터 행동주의 펀드까지 다양한 주주의 이익을 고려하다 보면 신기술 투자, 인수·합병 등 기업의 의사결정이 지연돼 경영 전반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의 합병·분할 시 소액 주주를 보호해야 하는 것이 과제라면 대안이 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법인 2464개사를 규제하는 자본시장법을 고치면 될 일이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기업이 물적 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할 때 공모 주식의 최대 20%는 모회사 주주에게 배정하는 내용 등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적용 대상은 ‘상장 법인’, 적용 범위는 기업 경영 전반이 아닌 ‘합병·분할’ 시 주주 보호 의무 강화로 국한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를 찾아 “합리적으로 핀셋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시행되면 굳이 상법 개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했었다.

이 대표는 24일 유튜브 채널에서 “원래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야 한다. 상법을 개정하면, 일반 회사, 가족 4명이 주주인 곳까지 적용된다”며 “그러나 자본시장법 담당 상임위(정무위)는 여당이 위원장이다. 거기는 무조건 (개정안 처리를) 안 한다”고 했다. “그래서 법사위에서 할 수 있는 상법을 개정했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 경제계가 지금 자본시장법 개정에 힘을 싣고 있는 것과 결을 달리하는 발언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진정성이 있다면 여당과 얼마든지 절충안을 도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m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