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저성장 우려 커졌지만, 금리 인하 발목 잡는 환율·물가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전쟁…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출’ 우려
유럽은 이미 속도조절론 대두 “우리나라 통화당국 선택은…”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내수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하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시급해졌지만, 동시에 금리 인하 제약 요건도 쌓여가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당분간 동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1400원대 중반의 고환율은 안정되기 어려워졌고, 이에 원화 가치가 폭락한 상태가 이어지면서 수입 물가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고환율에 이어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까지 엄습하고 있는 셈이다. 모두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성장 전망 1.6%에 “기준금리, 적어도 두세번 내려야”
14일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 등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경제 전문 기관은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대 중반으로 낮춰 잡고 있다.
KDI는 지난 11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1.6%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개월 전보다 전망치를 0.4%포인트나 내렸다. 한국은행(1.6∼1.7%)과 유사한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1%대 중반의 저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해외 시각도 비슷하다.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 39명을 대상으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중간값은 종전의 1.8%보다 낮은 1.6%로 나왔다. 수출 둔화와 소비 침체, 여기에 정치적 혼란까지 겹치면서 경기가 회복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침체하는 모양새다.
경기 부양을 위해선 기준금리 인상이 상당히 절실한 상황인 셈이다. 당장 KDI는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다수 기관에서 1%대 중후반의 성장률을 예상한다는 점에서 올해 경기가 둔화하는 국면인 것은 틀림이 없다”며 “현재 좋지 않은 경기 상황을 생각하면서 적어도 두세 차례 정도 내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환율 속 대두되는 인플레 우려
관건은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이다. 통화당국이 고려할 변수가 복합적인 이유다. 이미 환율은 1400원대 중반과 후반을 넘나들고 있고, 원화 가치가 폭락한 상태가 계속되면서 수입 물가도 계속 상승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생겨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20년 수준 100)는 145.22로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2.3% 올랐다.
수입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원재료는 생산에 필요한 시간이 있어 그 시차가 비교적 길지만, 소비재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영된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벌써 4개월이나 수입물가가 올랐다는 점에서 소비자물가 상방 압력은 상당히 응축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소비자물가는 최근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1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5.71(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2% 올랐다. 상승률은 지난해 7월(2.6%) 이후 반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 1%대(1.6%) 진입하고 10월엔 1.3%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방향을 바꿨다. 11월 1.5%·12월 1.9%에 이어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상승했다.
물가 안정이 최우선 과제인 통화당국 입장에선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물가 상승 변수도 간과할 수 없다. 전 세계적 무역 갈등으로 상호 관세 조치가 만연하면서 상품 가격 자체가 오를 수 있다. 이른바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출’이다.
이미 유럽은 속도조절론이 다시 대두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위원인 로베르트 홀츠만 오스트리아 중앙은행 총재는 12일(현지시간) CNBC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위협을 들어 “인플레이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도 “글로벌 시장에서 거래 가격이 달라진다면 수출입 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불확실성이 커서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국 내 인플레이션 추세가 강화하면서 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지고 있단 점도 우리나라 통화당국 움직임을 제약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에너지 가격 강세에 7개월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예상치 못한 ‘깜짝 상승’에 당장 금리 인하가 중단될 수 있단 전망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물가 목표에 근접했지만 도달하진 못했다”며 “당분간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금리 인하를 멈추게 되면 우리나라도 보조를 맞출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보다 1.50%포인트나 기준금리가 낮은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금리를 낮추게 되면 환율이 또다시 뛰게 되고, 자본 이탈 우려도 커지게 된다.
특히 지난 7일 1447.8원 이후 4거래일 만에 처음으로 1400원대(13일 주간종가, 1447.5원)로 내려오며 일부 안정세를 찾은 환율이 다시 뛸 수 있다.
금리 인하 후 속도조절론 다소 우세
다만, 시장에선 내수 침체 위기가 너무 심각하단 이유에서 당장 2월엔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이후 통화당국이 상황을 살필 것이란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것은 맞지만 아직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에 불과하고, 환율도 수준(레벨)보다 변동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환율이 금리 결정을 앞두고 급격하게 다시 뛰지 않는 이상 인하를 막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만 봐도 경제 상황이 쉽지 않다”며 “미국 금리가 내리기 쉽지 않아 지다 보니 영향을 받아 금리 인하 기대가 일부 약해진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 정책적 판단의 문제이고, 내수 위기가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2월 인하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1% 중반대를 전망하는 한국 경제가 기준금리 인하 폭을 제한한 상황에서 추경 만으로 2%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며 2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고수했다.
th5@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