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C=서상범 기자]지난 11일 오후 7시께. 퇴근 후 지인과 저녁을 먹던 기자는 휴대폰을 들여다보던 지인의 다급한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삼성병원 의사 뇌사상태라는데?” 바로 확인해 본 포털에서는 [(단독)메르스 감염 삼성서울병원 의사 뇌사]라는 제목의 기사가 메인 뉴스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기사는 35번 환자로 불리는 이 의사가 뇌사 상태에 빠져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는데요. 뇌가 손상됐을 만큼 위독한 상태이며 유족들이 장례를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지인과 저는 그야말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환자가 가지고 있는 일종의 상징성 때문이었는데요. 의사라는 전문적인 의학지식이 있는 사람도 메르스를 피할 수 없었다는 것과 가벼운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던 건강한 30대가 불과 몇 일만에 뇌사 상태로 전이됐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 해당 기사에서도 보건당국이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못했다고 강조했는데요. 이전까지 호흡기 관련 질병을 가진 고연령대 기저위험군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인 줄 알았던 저와 지인 모두 충격과 함께 두려움도 밀려왔습니다.
이런 감정을 느낀 것이 저희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해당 기사에는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두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는데요.
그런데 몇시간 뒤 반전이 일어납니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이 환자가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생명이 위독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주치의를 통해 확인했다”며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환자의 가족을 포함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조장한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는데요.
이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 측도 같은 내용을 확인했습니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저와 지인 모두 누구의 말이 맞는지 헷갈릴정도였는데요. 결국 최초 보도를 했던 언론사가 5시간이 지나 뇌사상태가 아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상황은 정리가 됐습니다. 이 언론사는 수정한 기사에서 “‘뇌사’라는 표현으로 가족과 독자 여러분께 걱정을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날의 오보사태를 지켜보며 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입장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당 언론사의 경우 뇌사라는 보도를 하게된 이유로 서울시 관계자라는 취재원을 활용했는데요. 실제 많은 취재과정에서 취재원, 특히 정부 등 공신력이 있다고 평가받는취재원의 이야기를 믿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이들 역시 완전무결한 존재는 아니기에 그들의 주장을 검증하고 확인하는 2차 과정이 건전한 언론사라면 기본중에 기본이죠. 해당 언론사 역시 규모와 역사가 있는 언론사로 이런 절차를 모를리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부분이 미흡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비단 메르스를 둘러싼 오보와 추측성 보도는 이번만은 아닙니다. 지난 3일에는 중국에서 메르스 치료제가 개발됐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는데요.
이번 메르스 확산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 대한 불신이 국민의 불안감으로 커져가는 상황에서 언론은 더욱 철저하고 조심스럽게 해당 사항을 검증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종의 경쟁처럼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죽하면 메르스만큼이나 국민을 두렵게 만드는 것이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언론은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세월호 참사를 보도하며 최악의 오보와 함께 ‘기레기’라는 오명을 얻었습니다. 이후 그 오명을 벗기 위해 수많은 언론사와 기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대중의 불신은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정보를 가급적이면 통제하려고 하는 정부기관의 대응방식을 뚫고 가치있는 보도를 하기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의미있는 기사에 우리는 더욱 박수를 보내는 것이죠.
최근 미디어 환경에서 대중들은 더이상 언론의 기사만을 맹신하지는 않습니다. SNS 등을 통해 집단지성을 발휘하기도 하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 스스로 검증을 하기도 하죠. 이런 상황에서 언론이 가야할 길은 더욱 겸손하고 정확하게 사실을 취재하고 전달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끝으로 지난해 9월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 등 5개 언론 단체가 재난 발생 시 언론사의 취재 및 보도 기준을 담은 ‘재난보도준칙’ 중 되새겨봐야할 조항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제13조(유언비어 방지)=모든 정보는 출처를 공개하고 실명으로 보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확인되지 않거나 불확실한 정보는 보도를 자제함으로써 유언비어의 발생이나 확산을 막아야한다.
▷제16조(감정적 표현 자제)=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간 즉흥적인 보도나 논평은 하지 않으며, 냉정하고 침착한 보도태도를 유지한다.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용어, 공포심이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