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툭 웃음이 터지면 그건 너/쿵 내려앉으면은 그건 너/축 머금고 있다면 그건 너/둥 울림이 생긴다면 그건 너”
스무고개를 하나 해볼까요? 누구나 이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나 상대방의 이것을 얻길 원합니다. 또 누구나 상대방의 이것을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가끔은 자신도 자신의 이것을 잘 파악하지 못합니다. 이것은 억만금을 들여도 쉽게 얻을 수 없어요. 그런데 돈 한 푼을 들이지 않아도 이것을 얻는 사람들도 있어요. 기자가 급조한 스무고개가 매우 유치하죠? 정답은 ‘마음’입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마음’의 성질이 이렇다는 점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하시지 않나요?
“그대를 보며/나는 더운 숨을 쉬어요/아픈 기분이 드는 건/그 때문이겠죠”
언젠가 온라인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고 감탄해 무릎을 친 일이 있습니다. 조그맣게 사업을 하는 후배가 “채용한 직원들이 자신의 지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고 선배에게 하소연을 했습니다. 후배의 하소연을 듣던 선배는 후배에게 “지금 당장 종이에 왼손으로 너의 이름을 써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후배는 다소 황당한 표정으로 “자신은 오른손잡이여서 왼손으로 글씨를 제대로 쓸 수 없다”고 화를 냈습니다. 이에 선배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네 몸에 달린 것도 네 마음대로 못하는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마음이 너와 같길 바라느냐”고 후배를 꾸짖었습니다. 짧지만 정말 기가 막힌 이야기 아닌가요?
“나를 알아주지 않으셔도 돼요/찾아오지 않으셔도/다만 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이/여기 반짝 살아있어요/영영 살아있어요”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은 마음의 성질을 통찰하는 잠언입니다. 이 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는 일이, 또 받는 일이 어려운가 봅니다. ‘기브 앤 테이크’가 보장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기브 앤 테이크’가 보장되지 않아도 멈출 수 없는 마음이 있습니다. 바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죠. 상대방의 마음도 내 마음과 같다면 행복한 일이지만, 대개 이 같은 마음은 외사랑으로 끝나죠.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오면, 그 마음을 내 의지대로 쉽게 물리칠 수 있던가요? 가수 아이유의 신곡 ‘마음’은 이 같은 마음의 속성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음’은 아이유가 팬들을 위해 만든, 이른 바 ‘팬송’입니다. 하지만 이 노래의 대상을 외사랑하는 누군가로 바꿔도 그리 어색하게 들리진 않습니다.
“눈을 떼지 못 해/하루 종일 눈이 시려요/슬픈 기분이 드는 건/그 때문이겠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죄가 아니듯, 그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 일 역시 죄가 아닙니다. 이는 권리와 의무의 관계가 아니니까요. 다만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약자가 되는 상황은 피할 수 없겠죠. 이 경우 둘의 관계는 철저히 사랑을 받는 쪽을 중심으로 이뤄집니다. 관계를 발전시킬 생각이 없이 이 같은 상황을 즐기는 경우를 흔히 ‘어장관리’라고 부르죠. 상대방의 마음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저울질하지 말고 그 저울을 내려놓는 것도 예의입니다. 자신이 언제 그 저울 위로 올라가는 처지에 놓이게 될지 모르니까요.
“제게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달래주지 않으셔도/다만 꺼지지 않는 작은 불빛이/여기 반짝 살아있어요”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는 일은 참 황홀하고 경이로운 일입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사랑을 받는 순간만큼은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존귀해지니 말이죠. 자신을 존귀하게 만들어주는 사랑이 있다면, 익숙함에 취해 그 사랑을 결코 불안하게 두지 마세요. 마음은 다치면 닫히니까요. 굳게. “제게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라는 속삭임은 어쩌면 상대방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는 조용한 외침일지도 모릅니다.
“세상 모든 게 죽고 새로 태어나/다시 늙어갈 때에도/감히 이 마음만은 주름도 없이/여기 반짝 살아있어요/영영 살아있어요/영영 살아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