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지웅 기자]지난 9월 인터넷 증권방송 애널리스트 4명은 ‘모찌 계좌’로 특정 종목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인터넷 방송과 카페에서 해당 종목을 반복적으로 추천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다 조사를 받았다. 모찌 계좌는 주식 거래가 금지된 애널리스트나 증권사 임직원이 타인 명의로 만든 차명 계좌를 가리킨다.
특히 이들 중 일부는 유상증자를 앞둔 회사 경영진과 짜고 주가를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도와 주는 대가로 거액의 사례비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모 케이블TV 증권방송에서 ‘족집게 강사’로 불렸던 전문가가 특정 종목을 매수한 상태에서 방송에 나와 추천했다. 그는 회원들이 매수에 나서도록 유도한 뒤, 주가를 급등시켜 매집한 주식을 내다판 혐의로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특정 종목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등락시키거나 혹은 고정시키는 ‘작전세력’이 일반투자자가 즐겨 찾는 증권관련 인터넷 사이트와 케이블TV 증권방송 등에서 광범위하게 활동,이에 따른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세력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일반투자자들의 ‘한 방’에 대한 욕망이 여전한 데다, 작전세력의 활동 영역 자체가 넓어졌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1년 9월 현재 국내 온라인에서 활동 중인 증권관련 사이트는 총 683개다. 이 중 회원수가 1000명 이상 1만명 미만인 곳은 98개로 전체 증권관련 사이트 중 가장 많은 39.2%를 차지했다. 1만명 이상 10만명 미만인 곳은 33개(13.2%), 10만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곳도 8개(3.2%)에 달한다.
올해만 해도 당국의 작전세력 색출 작업은 여러차례 이뤄졌다.
과거에도 적발 사례가 여러차례 있었고 그 수법도 비슷했다.
2010년 2월, 모 인터넷 주식 카페 공동운영자인 A 씨와 B 씨는 뚜렷한 실적 개선이나 호재가 없는 4개 업체의 주식을 매집했다. 이후 둘은 카페 게시판에 ‘(외인ㆍ기관 등에 대항해) 우리 주가는 스스로 지키고 상승시키자’는 글을 올렸다. 회원들은 평소 추종하던 이들의 말을 믿고 대량으로 해당 종목을 매수했지만, A 씨와 B 씨의 ‘속셈’은 따로 있었다. 카페 회원들의 매수세가 유입돼 주가가 오르는 와중에, 보유하고 있던 물량을 매도하면서 시세차익을 올렸던 것. 작전에서 속칭 ‘설거지 수법’이었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총 6억4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2010년 7월, 한 케이블TV 증권방송 애널리스트인 C 씨는 차명계좌를 통해 D사 주식의 수급을 장악해 뒀다. 그는 이후 생방송에서 마치 D사 주식 매매거래가 성황인 것처럼 거짓으로 언급하며 9번이나 추천했다. 그는 또 국내 굴지의 모 그룹이 D사를 인수합병(M&A)할 가능성이 높다는 루머를 수차례 흘려 시세차익을 도모했다.
중소업체 홍보를 대신하는 홍보대행사도 작전의 무풍지대는 아니다. 지난 2월 대기업 직원을 포함한 3명은 홍보대행사를 통해 특정 제약사가 백신을 개발했다는 허위 호재성 기사를 유포하는 수법으로 주가조작을 감행했다. 경찰은 이들이 해당 제약사에 7억4500만원을 투자해 4일 만에 32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조사국의 한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증권관련 사이트나 증권방송 등에서 이뤄진 주가조작 건수가 금융당국에 적발된 것만 10여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