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에 ‘선승구전(先勝求戰)’이라는 말이 있다. 평상시 훈련을 통해 이길 준비가 된 군대가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뜻이다. 철저한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말은 글로벌 무한 경쟁으로 위기가 상시(常時)화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규모 개방경제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의 특성 상 외부 금융·경제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 경제에 충격(shock)으로 작용하여 언제든 경제위기로 진전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항상 위기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평시(平時)에 위기를 준비해야 한다.
지난 20년간 우리는 크고 작은 위기를 겪어 왔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2년 신용협동조합 구조조정,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예금보험공사(예보)는 항상 위기극복의 선봉에 서서 490개 부실금융회사를 정리하고 지원자금을 회수함으로써 예금자보호와 금융시스템 안정의 버팀목이 되어 왔다.
이러한 위기극복 과정에서 축적한 부실정리 경험과 지원자금 회수기법 등은 국가적 차원의 지적재산이다. 예보는 이러한 지적재산을 체계화하여 대외적으로 공유하고 확산하고자 금융회사 파산실무 전문인력 양성과정인 ‘파산정리 아카데미’를 개설했다. 파산정리 아카데미는 예금보험공사가 부실금융회사 파산 시 배당, 종결, 환가 등 관련 실무를 교육하는 국내 최초의 교육과정이다. 특히, 경기회복 지연으로 자산 매각여건이 여의치 않고, 향후 회수하기 어려운 자산이 주로 파산재단에 남게 되어 그 어느 때보다 회수역량 강화가 필요한 시점인 점을 감안하면 동 아카데미 개설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파산정리 아카데미는 파산법률 뿐만 아니라 자산환가 등 현장중심(on-site) 교육으로 진행된다. 교육과정의 공신력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최고의 파산법률·금융전문가를 운영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동시에 파산실무 관련 분야별 최고 전문가 등을 강사로 초빙하여 활용하고 있다.
특히, 교육 후 금융파산실무 수행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금융당국에 등록된 ‘금융파산실무전문가’ 자격증을 발급할 예정이다. 자격증 취득자는 향후 금융부실화 등이 발생하는 경우 위기극복의 최첨병으로 투입되어 금융시스템을 신속히 안정시키고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위기 시 적극적인 인력 투입이 가능하도록 법원 등 유관기관과 교육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다.
예보는 그간 몽골, 탄자니아 등 15개국에 예금보험제도 운영 경험을 전수하고 IT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등 글로벌 선진 예금보험기구로서의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해 왔다. 이에 더해 파산정리 아카데미를 통해 우리나라의 파산정리 경험을 전세계 예금보험기구와 공유토록 함으로써 ‘금융한류’가 확산될 수 있도록 이바지할 계획이다.
예보의 본연의 역할은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 누구보다 먼저,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다. 평시(平時)에 전시(戰時)를 준비하는 자세로 금융파산실무 전문인력을 양성함으로써, 향후 기업 구조조정과 금융회사 부실화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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