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생리불순ㆍ男 탈모…취업난 등 집단스트레스로 2030 시름시름 병 생겨

-“근본적인 스트레스 상황 줄일 수 없다면 정기적 병원 진료로 건강 챙겨야”

[헤럴드경제=구민정 기자] #1. 직장인 박모(27ㆍ여) 씨는 지난 2014년부터 정기적으로 산부인과 진료를 받고 있다. 취업 준비 시절부터 겪은 월경 장애 때문이다. 박 씨는 “대학교 4학년 때부터 한 달에 한 번 규칙적으로 하던 생리를 한 달 거르기도 하고 한 달에 두 번하기도 하는 등 몸에 이상이 생긴 것 같아 산부인과를 찾았다”며 “산부인과는 결혼 후에 임신하게 되면 찾을 줄 알았어서 처음엔 당황했다”고 했다. 이어 박 씨는 “취업 후에도 종종 월경장애가 나타나 꾸준히 산부인과 진료를 다니고 있다”며 “이러다 몸에 큰 이상이 생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했다. 박 씨처럼 임신과 출산 여부와 상관없이 산부인과를 찾는 2030대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2. 서울의 한 대학교 수영 동아리에서 활동 중인 이모(25) 씨는 넓어지는 이마 때문에 최근에 서울 시내 한 탈모 클리닉을 찾았다. 클리닉을 찾은 이 씨는 환자들 대부분이 중장년층이 아닌 자신과 같은 20대 또래들이어서 놀랐다. 이 씨는 “어느 날 샤워하면서 빠진 머리카락을 보고 병원을 찾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며 “탈모 클리닉에선 두피 부분에 열이 많아 생기는 탈모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취업 준비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 씨는 “클리닉에 다녀온 후 알게된 사실인데 주위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더라”며 “이제 서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서로 탈모에 좋은 헤어 제품이나 병원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했다. 더 이상 탈모는 중장년층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월경 장애와 같은 여성 질환을 앓는 20대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30대도 예외는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월경장애를 겪는 사람은 2010년 약 53만명에서 2013년 약 56만명으로 3년 새 3만명 이상이 증가했다. 2013년에 늘어난 월경 장애 환자들을 연령대 별로 비교해 보면 20~29세의 여성이 20만8000명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30~39세 여성의 경우 18만9000명으로 조사됐다.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거나 갑자기 월경량이 이상적으로 많은 등의 월경 장애가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이다.

한편 2030 남성들은 탈모로 인해 병원을 찾고 있다. 2011년 한 통계에 따르면 국내 탈모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3년을 기준으로 20대와 30대 탈모 환자는 전체 탈모 환자의 43.9%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무영 서울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남성형 탈모의 경우 호르몬 작용에 의한 것이고 여성형의 탈모는 원형 탈모인데 이 경우 스트레스가 원인으로 작용할 경우가 크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월경장애와 탈모는 예전부터 40대 이후에나 나타나는 전형적인 중장년층의 질병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해당 질환을 앓는 연령대가 2030세대로 낮아지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인해 20대는 취업난,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한 세대적 스트레스가 증폭하고 있고 30대 또한 직장 내 스트레스와 결혼ㆍ임신ㆍ육아난 등으로 인해 집단적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제 20대와 30대 사이에서 월경 장애와 탈모에 대한 고민 나눔은 소수들의 이야기가 아닌 일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집단적 ‘스트레스’가 2030세대에게 닥친 건강 이상 신호의 주원인이라고 말한다. 김양현 고려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스트레스 또한 증가하게 됐다”며 “이러한 스트레스와 과도한 업무로 인한 육체적 스트레스 및 인간 관계나 미래에 대한 불확실 그리고 결혼이 늦어지면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 모두 생리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김 교수는 “생리 불순이 길어지면 몸의 대사 이상 및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자칫 생리 불순만이 아닌 다른 중대한 산부인과적 문제, 예를 들어 다낭성 난소증후군과 같은 질환이 생길 수 있다”며 “스트레스를 근본적으로 줄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산부인과 진료를 정기적으로 보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