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공백 후폭풍 차단
김정은 체제 조기 용인
식량지원등 긴급경제공조도
후계체제 완성 안돼
北도 중국에 의존 불가피 [베이징=박영서 특파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라는 예기치 못한 ‘급변사태’로 한반도 정세가 급격히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후계체제 수립 등 향후 북한 정국 변화에 어떤 역할을 해낼지에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중국이 김 위원장의 공백이 몰고 올 후폭풍을 예의주시하면서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역할로 북한에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중국, ‘후원자’에서 ‘보호자’로?=그동안 중국은 북한 및 한반도의 안정을 한반도 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 군사, 외교는 물론 경제적 지원을 통해 북한의 후견국 역할을 해왔다. 더구나 이번 김 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으로 인해 북한이 ‘비상’상태에 빠진 만큼 중국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당분간 북한이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채널을 동원해 북한 체제 안정에 주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김정은 체제를 용인하고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사실 중국 최고지도자들은 유례 없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김정은을 대체할 만한 세력이 없는 데다 현 후계구도가 흔들릴 경우 체제 붕괴, 중국으로의 난민 대량유입과 같은 대혼란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해 김정은 후계체제를 용인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중국의 당ㆍ정ㆍ군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에 보낸 조전 내용을 보면 이를 파악할 수 있다.
중국 당 중앙위원회,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당 중앙군사위원회, 국무원 등 4개 기관은 북한의 노동당 중앙위원회 등 북한의 5개 권력기관에 조전을 보냈다.
조전에서 “우리는 조선(북한) 인민들이 노동당을 중심으로 단결해 김정은 동지의 영도하에 슬픔을 힘으로 전환해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과 한반도의 장기적인 평화를 건설하기 위해 전진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중국이 조전에서 ‘김정은 영도’를 언급한 것은 공식적으로 김정은 지도체제를 지지한다는 의지를 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중국이 김정은 체제에 대한 지지를 예상보다 빠르게 공식 천명한 이유는 김정일 위원장이 생전에 구축해둔 후계구도를 인정함으로써 북한 내부의 동요와 국제사회의 회의적인 시각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문 교수는 “중국은 북한의 안정을 위해 ‘김정은 체제’가 조기발동되는 것을 뒷받침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후계체제 안정이나 경제문제 해결 등을 위해 중국에 더욱 의존할 것이 분명해 보이는 만큼, 중국의 역할이 북한 체제를 떠받치는 후견인 역할에서 아예 보호자 역할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中 영향력 더욱 커질 듯=이런 맥락을 종합하면 앞으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중국은 북한과 한반도의 안정이 동북지역뿐 아니라 중국 전체의 안정에도 긴요하다고 판단, 앞으로 북한의 체제안정을 위해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후계체제가 완성되기 전에 김 위원장이 사망했기 때문에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우선 중국은 김 위원장의 사망이 혼란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긴급 식량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도 중국은 즉각적으로 식량지원에 나선 바 있다.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중국은 북한이 필요로 하면 긴급 경제원조를 제공할 것이며, 이는 중국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원을 통해 중국은 발언권을 강화한 뒤 북한을 개혁ㆍ개방으로 유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군사, 외교, 경제 등 각 분야에서 북한의 대중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북한을 놓고 중국과 한ㆍ미 간에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미ㆍ중은 해상ㆍ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대북 안정화 전략이 한반도의 균형을 깨는 행위로 해석된다면 미국은 반드시 중국 제어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의 북한문제 전문가는 “아직 자신의 지배체제를 확고히 구축하지 못한 김정은의 전면 등장은 중국으로서는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사실상 북한 문제의 열쇠는 중국이 쥐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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