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 중국과 필리핀 양국관계가 최근들어 악화일로를 걷고있다. 중국 당국이 필리핀 마약사범에 대해 사형집행을 강행키로 한 데 이어 필리핀 해군이 남중국해에서 불법조업 혐의로 중국어선 1척과 어민 6명을 나포하면서 양국 간에 격랑이 일고있다.
지난 2일 중국 어선 1척이 필리핀 팔라완 해역에서 조업 도중 필리핀 해군에 의해 나포됐다. 필리핀 해군은 불법조업 어선에서 멸종위기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보호동물로 지정된 푸른바다거북 12마리를 발견했다.
필리핀 해군은 중국 어부들로부터 압류한 바다거북 가운데 9마리는 이미 숨져 있었으며 나머지 3마리는 추적장치를 달고 바다로 방류했다고 밝혔다.
필리핀 당국은 체포한 6명의 중국 어민들에 대해 필리핀 법률에 따라 공소를 제기할 방침이다. 신화통신 등 중국언론들은 AP통신을 인용, 만약 죄가 성립되면 중국 어민들이 최고 20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외교부 홍레이(洪磊) 대변인은 지난 5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고도로 중시한다” 면서 “필리핀 주재 중국대사관 직원을 파견해 사건을 파악중이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어민의 안전과 합법적 권익이 확보돼야하며 공평하고 철저하게 조사가 진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어민들이 조업을 한 곳이 팔라완섬 남단 발라바그해협의 한 연해마을에서 1.5해리 떨어진 곳으로 알려졌다.
팔라완 해역은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가까운 곳이다. 지난 9월에도 이 지역에서 필리핀 해군이 중국어선에 발포까지 하면서 48명의 어부를 체포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2일 중국 최고 인민법원은 필리핀 마약 판매사범에 대해 사형을 선고하고 오는 8일 집행키로 했다. 35세인 이 필리핀인은 지난 2008년 9월 히로뽕을 소지하고 광시(廣西)성 구이린(桂林)공항으로 입국하다 체포됐다.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여서 사형을 금기시하고 있다. 이에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이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에게 종신형으로 감형을 부탁하고 비나이 필리핀 부통령까지 중국에 급파해 최후의 설득에 나서려고 했지만 중국 정부는 비나이 부통령의 방문을 거부했다.
최근 필리핀은 미국과 손 잡고 남중국해 등 영토문제에 대해 강공으로 돌아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필리핀과 미국은 지난 6월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의 이지스함까지 동원해 합동군사훈련을 벌였다. 이어 지난 10월에는 영유권 분쟁이 첨예한 난사군도(스프래틀리) 부근 해상에서 해변공격훈련을 포함한 합동훈련을 펼친 바 있다.
중국은 영토문제에 대한 이같은 필리핀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게다가 필리핀 마약사범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면 필리핀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감정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내 일부 전문가들은 필리핀이 중국의 반대에도 남중국해에서 자원탐사활동 등을 계속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압박이 계속된다면 자칫 무력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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