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3차원 행보’가 정치권을 연일 긴장시키고 하고 있다. ‘편지 정치’에서부터 ‘1500억 기부’에 이르기까지 안 원장이 등장할 때마다 기성정치는 메가톤급 후폭풍을 맞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일단 이번 기부와 관련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 속내는 엇갈린다.
▶ 야권 “안철수 기부는 환영하지만...” 언제까지 목 맬 수 없는 상황 =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는 안 원장의 기부에 적극적으로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17일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안 원장은 순수한 사람이다. (이번 기부를) 대권 등 정치적 의도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용섭 대변인도 “정치란 어렵고 힘든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며 안 원장을 극찬했다.
그럼에도 야권 인사들의 발언 속에는 안 원장에 대한 아쉬움이 적잖게 묻어났다. 이번 기부로 안 원장이 자신들 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 야권에서는 그동안 안 원장의 정치 참여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었다. 하지만 야권통합 시기가 촉박해지면서 언제까지 안 원장에게만 목을 매고 있을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안 원장의 참여를 더이상 기대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가 합류한다 해도 야권대통합이 아닌 ‘안철수 중심’ 통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 한나라당ㆍ친박계, 별다른 반응 없어... 애써 태연한 척 = 한나라당도 속마음은 민주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부 최고위원을 비롯해 몇몇 의원들이 ‘안철수 기부’에 대해 “배워야 한다”고 말했지만 공식 논평은 자제하는 상황이다. 바꿔 말하면 안 원장의 이번 기부에 ‘질끈 눈을 감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반(反)한나라당 의사를 분명히 한 안 원장의 행보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안 원장이 정치권 밖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더이상 왈가왈부하기도 애매하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잠재적 대항마인 안 원장의 주가가 계속 올라가는 추세가 반가울 리 없다. 친박계인 이정현 의원은 전날 한 인터뷰에서 안 원장의 대선출마 가능성에 대해 “나서도 좋고 안 나서도 좋고 다 좋지만 제가 환영할 필요까지 없지 않겠는가”라며 일축하는 반응을 보였다.
▶ 반(反)박 대권주자들, “안철수 정치권으로 오라”... 박근혜ㆍ안철수 동시 견제 = 한편 한나라당 내 차기 대권주자를 노리는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는 “안 원장이 정치권에 들어와야 한다”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안 원장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는 박 전 대표와 차별화를 두면서 한편으로 안 원장을 향한 경계의 고삐도 늦추지 않는다는 심산이다.
정 전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ㆍ미 FTA에 대해 안 교수 자신의 생각을 밝혀야 한다”며 안 원장의 정치권 참여를 요구했다. 김 지사도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 원장의 배경을 보니 나보다 10배 이상 더 한나라당에 적합한 사람”이라면서 “당내에 친박(친박근혜)계 세력이 실재하는 게 아니냐. 이래서는 당 쇄신을 할 수 없고, 안철수 원장 같은 분을 영입할 수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양대근 기자 @bigroot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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