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대통합이 본격적인 시동을 걸기 시작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역할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연석회의 참여에 난색을 표하는 등 외부적인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무당파까지 아우를 수 있는 박 시장의 존재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분서주하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박 시장의 역할을 내심 바라는 눈치다.

이같은 분위기는 10일 시민정치 단체인 ‘내가 꿈꾸는 나라’ 창립식에서 감지됐다. 손 대표는 박 시장과 나란히 행사에 참석해 “정권교체를 위해 우리는 하나가 돼야 한다”며 정당과 시민세력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박 시장도 “오늘처럼 정치가 후퇴해 정치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많은 할 일이 있다”며 손 대표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

박 시장은 현재 민주당과 ‘혁신과통합’이 추진하고 있는 야권 통합에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 지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야권대통합에 대해 시장은 전적으로 참여하는 기조”라고 밝혔다.

박원순 광역단체장, 변호사 출생 1956년 3월 26일 (경상남도 창녕)소속 서울특별시 (시장)
박원순 광역단체장, 변호사 출생 1956년 3월 26일 (경상남도 창녕)소속 서울특별시 (시장)

그러나 구체적인 참여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관계자는 “정무적인 내부토론이 끝나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정 등 산적한 일이 많기 때문에 깊은 관여는 피하고 싶다는 입장”이라면서 “이번 통합이 너무 민주당과 ‘혁신과통합’ 쪽에만 쏠려 있는 것 같다. 그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통합 기조에도 찬성하지만 다른 진보정당들과의 관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민노당 등 다른 정당들이 (시장 당선에) 함께 노력했는데 현재 야권대통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태”라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적극적 참여가 쉽지 않다”며 한 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였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박 시장이 직접 협조를 구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전혀 그럴 수 없다”고 했다.

10 ㆍ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 시장의 ‘희망캠프’는 민주당ㆍ민주노동당ㆍ진보신당ㆍ국민참여당ㆍ시민사회 등 사실상 야권대통합의 ‘모태’가 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따라서 박 시장의 참여는 안 원장을 비롯해 무당파 중도까지 끌어들이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야권대통합의 첫단추가 될 이번 연석회의는 오는 13일로 예정돼 있다.

<양대근 기자 @bigroot27>

bigroot@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