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동의안을 전격적으로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상정했다가 산회를 선포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이날 오후 6시20분께 비준동의안이 상정된 외통위 산회를 선포했다. 이에따라 한나라당은 3일 오전 10시로 예정된 외통위 전체회의에 비준동의안을 재상정하고, 오후 2시 본회의에서 처리를 다시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앞서 한나라당은 이날 2시께 외통위 소회의장에서 비준동의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하면서 비준안 처리 수순 밟기에 들어갔다. 남 외통위원장 등 외통위원 10여명은 오전 11시50분께 민주ㆍ민노당 의원들이 `점거‘하고 있던 외통위 소회의실로 모여들었다. 남 위원장 등은 소회의실에 있던 취재진과 여야 보좌진들을 내보낸 뒤 12시께 소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개회, 외교부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안건을 상정해 심의했다.

여기까지는 별 문제 없이 여야 의원들이 참여했으나 약 2시간 가량의 예산안 토론이 끝날 즈음, 남 위원장이 여야 간사가 합의한 사안을 발표하면서부터 승강이가 시작됐다.

남 위원장은 “오늘 오후에 한미FTA 비준안을 상정해 토론하되 토론과 의결을 분리하고 그 사이 최소한 한 시간의 정회시간을 갖기로 했다”면서 “토론은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중점적으로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야당 간에도 합의가 필요하다”면서 이의를 제기했으나 남 위원장은 “회의장 점거를 풀고 전체회의장으로 향하는 문을 오후 2시까지 열도록 시간을 드리겠다”고 `최후 통첩’을 했다.

그러나 야당이 요구에 응하지 않자 남 위원장은 “이런 식이라면 그냥 FTA를 할수 밖에 없다”며 오후 2시께 구두(口頭)로 FTA 비준안 상정을 천명했고, 이에 최규성 등 야당 의원들은 남 위원장이 앉은 의자로 몰려와 남 위원장을 둘러싸고 의사진행을 막았다.

이들은 “정 하고 싶으면 날치기하라”, “산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때 소회의실에 들어온 야당 보좌진이 복도로 향하는 문을 기습적으로 열자 소회의실 밖에 서있던 야당 보좌진과 취재진이 한꺼번에 밀려 들어와 소회의실은 발디딜 틈없이 꽉찼다.

남 위원장은 의사진행이 불가능하자 여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에게 토론에 관한 의사권을 넘겼고, 이에 김충환 김영우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 2~3명이 토론에 나섰지만 야당은 토론에 응하지 않은 채 남 위원장을 둘러싸고 의사 진행을 막았다.

외통위 전체회의장을 점거 중인 민노당의 일부 의원은 이날 오전 외통위원장석 맞은편 벽에 설치된 CCTV(폐쇄회로)를 신문지로 감아 CCTV가 ‘먹통’이 된 상태다.

남 의원장은 “민노당과 민주당이 전체회의장을 점거하고 그 안에서 CCTV도 신문지 등으로 가려 안이 어떤지 알수 없다. 마치 테러영화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대근ㆍ손미정 기자/bigroot@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