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현장을 가다>아시아-중국

네이멍구 包頭지역 5738만t 매장

전세계 부존량의 25% 차지

70여개 국영기업 개발 독점

첨단기술 외국기업에만 제휴 기회

화학비료 원료 인광석도 무기화

관세 11배 올려 수출 사실상 차단

[바오터우ㆍ시안=박영서 특파원] 중국 북부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의 바오터우(包頭)는 아주 오랫동안 황량한 지역이었다. 여름에는 무덥고 겨울이면 칼바람이 휘몰아치는 강추위가 계속되는, 그야말로 유목민의 땅이었다. 그러나 이제 바오터우는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바오터우의 사막과 초원에는 화려한 빌딩이 솟아오르고 넓은 거리에서는 고급 식당과 술집이 사람들을 유혹한다. 중국 사회과학원이 2001~2005년 세계 130개국 500개 도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 세계 도시 중 경제성장률 1위는 바오터우였다. 2007년 성장률은 20%를 넘었고, 지난해의 경우 17.6%에 달했다. 바오터우에 새로운 부(富)를 만들어준 원천은 바로 ‘희토류’다.

▶‘죽(竹)의 장막’ 쳐진 희토류=바오터우는 중국에서 가장 큰 희토류 거점 도시다. 중국 최대 희토광산인 바이윈어보(白云顎博)를 보유한 바오터우의 희토류 매장량은 5738만t에 달한다. 이는 중국 전체 매장량의 87.1%이자 전 세계 25%를 차지한다. 가히 ‘희토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오터우 공항에 내려 승용차로 바오터우 시내로 들어가자“ 희토고신구(稀土高新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표지판이 자주 눈에 띈다.

희토고신구란, 우리말로‘ 희토 하이테크 산업단지’로 해석할 수 있다. 회토고신구는 총 29.66㎢ 규모의 국가급 개발단지다. 중국 최대 희토업체인 바오강(包鋼)희토를 비롯한 70여개의 희토기업과 공장, 중국의 희토 정책과 연구ㆍ개발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국 최대 희토 연구기지인 희토연구원이 자리 잡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기술집약도가 높은 희토류 기업들을 희토개발구로 이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희토광산이 인근에 있어 원료 공급이 유리한 데다 희토연구원 등이 있어 산ㆍ학 연계가 가능한 점을 살려 희토류 산업의 고도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다.

회토고신구 관계자는“ 바오터우의 희토고신구는 중국 전역의 54개 국가 지정 하이테크 단지 중 유일하게‘ 희토’라는 전문 명칭을 가진 단지”라면서“ 이곳에는 기술 수준이 높은 심(深)가공업체들이 많다”고 말했다. 심가공업체란, 희토류 원료로 영구 자석, 형광재 등 완제품을 만드는 업체를 말한다.

그렇지만 표지판의 환영 문구와는 달리 중국 정부는 희토류 산업을 사실상 국가 보안 산업으로 지정하면서 중앙정부 차원에서 철저히 통제하고 있었다. 희토류에‘ 竹(죽)의 장막’을 치고 희토류의 채굴, 분리, 가동 등 전 과정에 걸쳐 보안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외국인과 외국 언론에 대해선 현장접근 기회마저 원천 차단한다.

희토고신구 내 한 카페에서 지인의 소개로 중국 최대 희토류 국영 업체인 바오강희토 관계자를 어렵게 만났다.

<글로벌 자원전쟁>中 ‘희토류’ 채굴·유통 철저 통제…외국기업에 ‘죽의 장막’
<글로벌 자원전쟁>中 ‘희토류’ 채굴·유통 철저 통제…외국기업에 ‘죽의 장막’

이 관계자는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전제한 후“ 희토광산은 물론 분리ㆍ정제ㆍ가공공장도 보안 문제가 있어 보여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외국 기업이 단순히 중국에 자본을 투자해 합작 회사를 세워 희토 원료를 공급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중국 정부는 첨단 가공기술을 갖춘 외국 기업이 들어와 중국과 상생관계를 구축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희토업계 구조조정은 표면상 난립한 부실기업 정리를 겨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 전략 산업에 대한 정부 통제력을 강화하고 산업을 고부가화하기 위함이다.

특히 기술력이 낮은 외국 기업이 중국 업체와 제휴ㆍ합작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복안이 깔렸다. 더는 헐값에 자원을 넘기지 않으면서 외국의 고급 기술을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다.

산시(陝西) 성 시안(西安)의 희토 심가공업체인 시안맥슨의 최성철 부총경리는“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대대적으로 희토업계 통ㆍ폐합 작업에 나서면서 중국의 희토 시장은 북방의 바오강희토와 남방의 우광희토 등 두 개의 거대 국영 기업 체제로 양분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거세지는 자원민족주의 바람=국영 기업중심의 통ㆍ폐합 작업과 함께 자원민족주의 열풍이 불면서 외자 기업들이 중국 기업과 합작하는 것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외국 기업의 중국 희토류 시장 진출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만큼 힘들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희토류 통제는 중국의 자원민족주의를 상징하는 상징적 사례다. 세계는 지난해 9월 센카쿠(尖閣) 열도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 영유권 분쟁을 보면서 희귀 금속의 자원무기화를 확인했다.

이어 중국은 지난해 12월 인광석을 원료로 하는 인산암모늄 등 화학비료의 수출관세를 10% 미만에서 갑작스레 110%로 한시적으로 올려 사실상 수출 길을 막은 적도 있

다. 인산 비료의 주원료인 인광석은 중국이 세계 생산량의 31.5%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계 수요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이 같은 조처는 장기적으로 국내 사용량을 확보할 의도로 풀이된다. 따라서 비료 원료를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에는 새로운 고민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는 철광석, 선철, 고철 등의 철강원재료에 대해 가공무역 수출을 금지했고 철광석, 고철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또 신장(新疆) 지역에서 생산되는 석유 및 천연가스에 대해 자원세를 확대했다.

<글로벌 자원전쟁>中 ‘희토류’ 채굴·유통 철저 통제…외국기업에 ‘죽의 장막’
<글로벌 자원전쟁>中 ‘희토류’ 채굴·유통 철저 통제…외국기업에 ‘죽의 장막’

‘자원의 블랙홀’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의 주요 자원을 빨아들이는 중국이지만, 정작 자국에서 생산되는 자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부과하면서 반출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난사(南沙) 군도와 시사(西沙) 군도를 축으로 한 남중국해에서 주변국들과 마찰을 불사하면서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도 자원 확보에 목적이 있다. 남중국해

가 원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하게 매장된 데다 석유와 각종 원자재의 국제적인 수송로로서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pys@heraldm.com

▶특별취재팀=성항제 선임기자(총괄), 베이징(중국)ㆍ몽골=박영서 중국특파원, 상파울루(브라질)ㆍ페루=이충희 기자, 마푸토(모잠비크)ㆍ요하네스버그(남아공)ㆍ루안다(앙골라)=한지숙 기자, 야운데(카메룬)ㆍ아크라(가나)=최정호 기자, 이스탄불ㆍ카자흐스탄=조문술 기자, 양곤(미얀마)=김대연 기자, 두바이=윤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