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보루인 군부까지 등을 돌리면서 33년째 장기집권 중인 예멘의 살레 대통령이 최대위기를 맞고있다. 일부 외신들은 현재 평화적 권력이양 방안이 논의중이라고 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살레 대통령이 테러와의 전쟁에 적극 협조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비아와는 달리 국제사회의 개입가능성은 낮다고 보고있다.

▶군 내부 반발기류 확산=지난 18일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시위대 52명이 숨진 이후 살레 대통령의 퇴진 요구가 군부를 비롯한 사회 각계 각층으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예멘 육군 제1기갑사단장인 알리 모흐센 알-아흐마르 소장은 21일 알-자지라와 가진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의 혁명을 지지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우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이다”며 시위대 지지를 밝혔다.

아흐마흐 소장은 살레 대통령과 같은 마을 출신으로 지난 1994년 내전에서 남예멘의 공격을 제압하고 살레 정권을 연장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이다. 그가 살레의 최측근 장성이라는 점에서 그의 시위대 지지는 앞으로 시위사태의 향배에 막대한 파급을 미칠 전망이다.

AP통신은 아흐마르의 지지 선언 이후 시위대가 장기 농성을 벌이고 있는 사나대학 인근 광장에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한 탱크와 장갑차들이 배치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살레 정권을 지탱하던 마지막 보루였던 군 내부에서도 살레 대통령에 대한 반발 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살레 대통령이 속한 부족인 하셰드 부족조차도 살레의 퇴진을 촉구했다.

또한 이슬람 종교지도자들은 상부 명령에 불복종할 것을 군과 경찰에 촉구했고 국제사회도 예멘 당국의 시위 유혈 진압을 강도높게 비난하며 살레 정권을 압박하고 있다.

▶평화적 권력이양 방안 논의, 국제사회 개입은 없을 듯=현지 일간지 예멘 포스트의 하킴 알-마스마리 편집국장은 “우리 정보로는 군 내부의 60%가 시위대와 뜻을 함께 하고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살레 정권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으며 살레는 지금 퇴진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외무장관인 알랭 쥐페는 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제 살레 대통령의 퇴진은 피할 수 없다”며 “이집트에서 일어났던 변화가 반복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외신은 일각에서 살레 대통령이 퇴진하고 총선을 치르는 방식의 평화적 정권이양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살레 대통령이 현재 5가지 방안에 합의한 상태라고 22일 보도했다. 5가지 방안은 ▲살레 대통령이 올해안에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며 ▲국민들이 두려움없이 시위할 수 있고 ▲시위대 유혈진압사태를 조사할 위원회를 구성하며 ▲사망하거나 부상한 시위대에 대해 국가가 보상하고 ▲살레 대통령의 가족이 군부 등의 주요 직위에서 물러나는 것을 포함해 정부가 헌법 및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한다는 것이 골자다.

AP통신도 익명을 요구한 한 야당 의원의 말을 인용, 살레 대통령과 야권이 접촉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살레 대통령이 퇴진하고 정부 군사위원회가 권력을 이양받아 대선과 총선을 치를 때까지 국정을 책임지는 방안도 논의대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현재 양측 간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됐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대통령측에 48시간을 협상시한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이런 움직임을 보면 국내외 퇴진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군부마져 이탈이 가속화됨에 따라 살레 대통령이 결국 변화를 수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당장 예멘에 개입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않은 것으로 보고있다. 예멘은 미국의 중동 대테러 전쟁에서 주요 협력국 중 하나인 데다 오바마 정권도 더 이상의 중동사태 개입은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