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팩
분말형 핫팩과 내용물 모습. 김광우 기자.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정체를 짐작하기 힘든 검은색 가루. 이를 감싸고 있는 부직포. 모두 재활용, 분리배출이 불가능한 일회용 쓰레기다. 바로, 겨울철 ‘필수템’으로 쓰이는 일회용 핫팩이다.

국내에서 추산되는 일회용 핫팩 연간 소비량은 2억개에 이른다. 결국, 이 모든 게 고스란히 일회용 쓰레기로 사라진다.

최근엔 한파 속 탄핵 집회가 이어지면서 핫팩도 집회 필수품으로 인기다. 집회 인원이 집중된 일부 지역 상점 및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선 일시적으로 핫팩 품절까지 빚어질 정도다.

일회용 쓰레기로 버려질 수밖에 없기에 여러 대안을 찾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재사용하거나 팥 등을 이용한 친환경 핫팩을 사용하는 것.

핫팩 외에도 일회용방석을 대체해 직접 방석을 만들거나, 촛불용으로 사용한 우유팩을 재사용하는 등 대규모 집회에서도 일회용 쓰레기를 최소화하려는 여러 노력도 주목받고 있다.

한파 속 집회에 핫팩 품절, 안 쓸 수도 없고…

다이소
서울 내 위치한 생활용품점 다이소 지점 다수에서 인기 핫팩 상품 제고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소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 등 주요 집회 장소 인근에서는 ‘핫팩’ 품절 대란이 벌어졌다. 추운 날씨에도 매일 크고 작은 집회가 시작되면서 방한용품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이에 더해 각종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도 핫팩이 동나는 일이 잦아졌다. 집회 현장에서 관련 물품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 전해지며, 대규모 주말 집회를 앞두고 미리 방한용품을 챙겨 놓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번지는 ‘신개념’ 집회 응원 문화도 몫을 더했다. 지난 주말 이후 X(구 트위터) 등 각종 SNS에는 집회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게 필요한 물품이나 음료 등을 ‘선결제’했다는 글이 쇄도했다. 한 아이돌 등 연예인들도 집회에 나가는 팬들에 핫팩 모바일 기프티콘 등을 선물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비대면으로 핫팩을 지원하며 탄핵 집회 참여자들을 응원하는 게 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셈이다.

핫팩
분말형 핫팩 속 내용물이 쏟아지고 있다. 김광우 기자.

핫팩은 장시간 야외 활동을 원활히 하는 데 있어 유용한 용품 중 하나다. 문제는 일회용으로 버려지는 데에 있다. 가장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분말형 핫팩 속 내용물은 잘은 철가루, 활성탄, 규조토 등으로 구성돼, 분리배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감싸고 있는 부직포도 결합 소재로 이뤄져 재활용이 힘들다.

업계에서는 분말형 등 일회용 핫팩이 국내에서만 1년에 최소 2억개 이상 소비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 이른 한파가 닥친 올해는 일회용 핫팩 소비량이 평상시 대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이른 추위가 시작된 지난 11월 10일부터 22일까지 핫팩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89%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쓰레기로 버려진 핫팩은 결국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핫팩을 태울 경우 철가루 등 내부 물질과 포장지로 인한 화학 물질이 방출되며 대기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그대로 매립된 경우에는 토양오염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회용 여러 번 쓰고 직접 제작도…집회도 ‘친환경’해요

한 집회 참여자가 일회용 핫팩 재사용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X(구 트위터) 갈무리]
한 집회 참여자가 일회용 핫팩 재사용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X(구 트위터) 갈무리]

집회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최대한 핫팩을 많이 소비하지 않는 ‘재사용’ 방안도 공유되고 있다. 사용한 핫팩을 지퍼백에 넣어 산소를 차단하고, 필요할 때 다시 꺼내 쓰는 방법이다.

분말형 핫팩은 내용물인 철가루와 산소가 만나 산화하며 열을 발생시킨다. 지퍼백에 넣어 산소를 차단하고, 필요할 때 다시 꺼낼 경우 사용 시간을 늘릴 수 있다.

남는 천에 현미, 팥 등을 넣어서 만든 ‘천연 핫팩’을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 천에 건조한 곡식을 담고 소량의 물을 뿌린 뒤 일정 시간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온기를 머금은 ‘친환경 핫팩’이 만들어진다. 일회용에 비해 사용 시간은 길지 않지만,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 귤껍질 등도 곡식 대신 사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액체형 핫팩, 충전용 손난로 등을 사용하는 대안도 제시된다.

환경부가 제작한 유튜브 영상에서 출연자가 친환경 핫팩 제작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환경부 유튜브 갈무리]
환경부가 제작한 유튜브 영상에서 출연자가 친환경 핫팩 제작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환경부 유튜브 갈무리]

제로웨이스트샵을 운영하는 고금숙 알맹상점 대표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액체형 핫팩의 경우 물에 녹여 다시 쓸 수 있고, 배터리형 충전식 손난로는 한 번 쓰고 버려지지 않기 때문에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면서 “한 번 쓰고 버리는 형식의 핫팩이 대부분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이 대안을 찾지 않게 만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퍼져나가고 있는 ‘친환경 집회’ 문화는 핫팩에만 한정된 게 아니다. 최근 SNS를 중심으로 일회용 방석 대신 지퍼백에 수건을 넣어 방석을 제작하는 방안이 공유되고 있다. 게시물을 본 이용자들은 “다음 집회에 꼭 챙겨 가야겠다”, “우리나라 국민들 정말 똑똑한 것 같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남는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방석을 만들면 더 따뜻하다”는 등 추가 조언도 이어졌다.

핫팩
한 집회 참여자가 수건으로 만든 방석을 소개하고 있다.[X(구 트위터) 갈무리]

광주 5·18 민주 광장에서 매일 진행 중인 탄핵 집회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다회용기를 사용해 참여자들에 음식을 제공하면서 화제가 됐다.

일회용 촛불 대신 소장하고 있는 K-팝 ‘응원봉’을 사용하는 것도 화제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새로 응원봉이나 일회용 촛불을 구매하지 않도록, 무료로 대여해준다는 게시글도 다수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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