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검은색은 ‘신사의 상징’ 또는 ‘격식’이라는 의미가 자주 따라붙는다. 완성차 업계에서도 검은색은 프리미엄의 의미를 계승하는 색으로 분류된다. 회장님과 정치인의 의전 차량은 검은색이 아니면 되레 쟁점이 될 정도다.
한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차 자리에 오른 제네시스는 완성차 업계에서 검은색의 의미를 가장 잘 살린 브랜드로 손꼽힌다. 기존 차량에 검은색 디자인을 입힌 ‘올 블랙’ 색상 모델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2025년형 모델로 국내 시장에 최근 선보인 ‘제네시스 GV80 쿠페 블랙(사진)’도 올 블랙의 대표적인 모델 중 하나다. 지난달 말 서울 양재동과 경기 성남시, 안양시 등 인근 약 50㎞ 공도를 직접 주행하며 차량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첫 외관은 검지만 오히려 밝은 듯한 인상을 줬다. 엠블럼과 바퀴 휠, 라디에이터 그릴까지 본래 GV80에서 차량에서 빛났던 밝은 색 요소들은 GV80 쿠페 블랙에서 모두 검은색으로 마감이 됐다. 휠 안쪽의 브레이크 캘리퍼 또한 블랙을 차용했다. 덕분에 차량의 입체감이 더욱 선명하게 부각되는 느낌이다.
실내는 다채로운 블랙으로 꾸며졌다. 각 내장재마다 빛을 머금은 정도가 달라 검은색이라도 해도 빛나는 정도가 달랐다. 리얼 우드 가니쉬, 가죽 시트, 시트 퀼팅 등 요소를 블랙 시리즈 특유의 고유 디자인으로 차별화하며 기존 GV80 쿠페와 전혀 다른 인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검은색으로 선명하게 염색된 우드 가니시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집안의 마루 바닥재를 검은색으로 수놓은 듯, 다양한 내장재 요소의 매력을 한 데 잡아주는 듯 안정적인 매력을 뽐냈다.
차량은 4965㎜에 이르는 긴 전장, 1975㎜의 전폭, 1710㎜을 자랑한다. 쿠페 형상이라 좁게 느껴질 수 있는 헤드룸 공간도 한층 여유롭게 느껴졌다.
또 3.5ℓ 가솔린 터보 모델 기준 최고출력은 380마력, 최대토크는 54.0㎏·m에 달해 탄력있는 승차감을 자랑한다. 2025년형 모델은 전륜 하이드에 ‘G부싱’ 기능을 탑재하고 있어,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도로 여건 및 주행 상황 따라 전후륜 구동력을 바꿔주는 ‘AWD 시스템’까지 탑재하며 울퉁불퉁한 도로에서도 앞뒤 좌석에서 모두 단단한 안정감을 제공한다.
실제 주행에서는 차량이 많아 가고 서는 일이 많은 안양대로, 청계산 인근 방지턱이 많은 오르막길에서도 노면의 부담이 전혀 올라오지 않았다. 정차 시에는 차량에 탑재된 공회전제한시스템(IGS)이 작동하면서, 운전자에게 오는 진동을 줄여줬다.
좁은 길을 주행할 때도 전·후방에 각각 네 개, 전측방과 후측방에 2개씩(옵션상품) 포함되는 차량의 초음파 센서가 각종 위협을 사전에 감지해준다. 운전자는 서라운드뷰를 통해 외부의 다양한 위험 요소를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차량에 탑재된 ‘지능형 공기유동 제어기’(AAF)는 차량에서 나오는 열을 식혀, 연비를 향상시킨다. 차량이 서행할 때나 정차 중일 때도 자동으로 작동한다.
이날 시승에서 연비는 5.3㎞/ℓ가 나왔다. 막히지 않는 공도에서는 순간 연비가 15㎞/ℓ에 육박했다.
GV80 쿠페 블랙은 1억450만원, 3.5 터보 48V 슈퍼차저는 1억965만원부터 가격이 형성된다. 세련된 디자인에 다양한 주행 편의 기능을 넣은 차량인 만큼 경영인을 위한 의전차량, 디자인 요소에 관심이 많은 도시 직장인 등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