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의 밤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오후 10시 25분께 긴급 대국민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는 150여분 후인 4일 오전 1시께 본회의 표결에 들어가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계엄해제 요구안을 가결시켰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시 27분 다시 담화를 통해 계엄군 철수를 공식 발표했고, 직후 정부는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무장한 군인이 국회에 진입해 이를 막는 시민·의원·국회직원과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고스란히 TV로 생중계됐고, 헬리콥터와 탱크 등을 동원한 병력이동도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모든 국민에게 악몽같은 6시간이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여야 대표는 즉각적으로 비난과 제지에 나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위헌, 위법한 계엄 선포”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위헌적이고 반국민적인 계엄선포”라며 원천 무효를 주장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2시간만에 본회의를 개의했고, 여당 18명과 야당 172명이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에 참여해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 위법·위헌 여부는 앞으로 엄중히 따져야할 문제이지만, 여야가 우 의장 소집에 응해 신속하게 상황을 종결시킨 것은 무엇보다 다행이다. 나라 전체가 더 극심한 혼란으로 빠질 수 있었던 위기에 국회가 제 할 일을 했다.
의회의 역할과 기능은 이제 더 막중해졌다. 여야는 오로지 국민만 보고 냉정하게 사태 수습과 국정 안정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의의 대표기관인 의회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국론을 모으는 데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국회를 통해 드러나는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따라야 한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긴급 담화에서 야당의 정부 관료 탄핵과 예산안 삭감을 들어 “폭거” “독재” “내란 획책 반국가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또 국회를 “범죄자 집단의 소굴”로 칭하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종북 세력 척결과 자유 헌정질서 수호가 윤 대통령이 내세운 계엄의 명분이었다. 이같은 인식을 고집해서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함을 이번 사태가 입증했다.
헌법은 비상계엄의 요건으로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때 적과 교전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담화에서 밝힌 내용이 이와 같은 요건에 맞는지 법적으로 철저히 따져보고 가부에 따라 직위에 따른 책임을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은 무엇보다 정부가 제 기능을 하고 국정이 원할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