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6시간만 종료
계엄정국 끝났지만 거센 후폭풍 전망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비상계엄 6시간이 대한민국을 뒤흔들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6시간만인 4일 새벽 4시 26분 생중계 대국민담화를 통해 계엄해제를 발표했다. 정부가 곧바로 국무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안을 최종 의결하면서 계엄정국이 공식 종료됐다. 다만 후폭풍은 예측불허다.
▶6시간만 비상계엄 해제= 윤 대통령은 이날 긴급 추가 담화를 통해 “저는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는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붕괴시키는 반국가 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며 “그러나 조금 전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바로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요구를 수용해 계엄을 해제할 것”이라며 “다만 즉시 국무회의를 소집했지만 새벽인 관계로 아직 의결 정족수가 충족되지 못해서 오는 대로 바로 계엄을 해제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그렇지만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 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국회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통과→계엄 해제 발표→국무회의 의결까지 긴박했던 6시간은 이렇게 지나갔다.
▶ 돌연 비상계엄 선포 왜? =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긴급브리핑을 열고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 행복을 약탈하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초유의 발표였다.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등장한 윤 대통령은 약 6분간의 담화문을 통해 “비상계엄을 통해 망국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자유대한민국을 재건하고 지켜낼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저는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도 설명했다.
간밤 발표는 대통령실 참모들조차 몰랐을 정도로 급박하게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모들 또한 퇴근 후 개인시간을 보내거나 대통령실에서 근무를 하다가 윤 대통령의 ‘담화 가능성’이 제기되자 기류변화를 감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탄핵 시도 및 내년도 예산 삭감을 “내란을 획책하는 반국가 행위”라며 “체제 전복을 노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도 했다.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은 곧바로 정치활동 금지 등 포고령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정치권은 뒤집혔다. 여야 의원들은 곧장 국회로 집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들을 향해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 국회를 지켜달라”고 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말했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에 무력으로 진입했으며, 이들은 국회 본청 진입 과정에서 진입을 막으려는 국회 보좌진 등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표결하기 위한 본회의를 개의했다. 우 의장은 이날 0시 48분 본회의를 열어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상정했다. 결의안은 오전 1시께 재석 190명에 찬성 190명만장일치로 가결됐다. 야당 의원 172명과 국민의힘 소속 의원 18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국회가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이 지체 없이 해제하도록 헌법이 규정하고 있다.
우 의장은 “국회 의결에 따라 대통령은 즉시 비상계엄을 해제해야 한다. 이제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기를 바란다. 국회는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오전 2시께 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에 계엄 해제 요구 통지서를 보냈다.
▶거센 후폭풍 전망, ‘尹-김용현 탄핵’ 언급도…정국 수습 어떻게 = 계엄사태는 공식종료됐지만, 윤 대통령은 이번 비상계엄 발표로 거센 정치적 후폭풍을 마주할 전망이다.
당장 국회는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를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의원 40여명은 지난달 출범한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정농단 내란 수괴 윤석열을 탄핵하자”고 했다.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참담한 상황에 대해 직접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며 “이번 계엄을 논의한 김용현 국방장관을 즉각 해임하는 등 책임 있는 모든 관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 또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비상계엄 선포 실질 요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불법·위헌”이라며 “이번 불법·위헌의 계엄 선포로 인해 더 나쁜 상황으로 추락하는 게 아니라 다시 정상사회로 돌아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비상계엄 발표가 계엄법이 정한 절차, 요건을 무시했다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계엄법에 따르면 국방부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계엄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김 국방부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무회의 여부가 알려지지 않으면서 절차상 하자 문제가 제기됐다. 국방부는 이날 새벽에 김 장관의 건의 사실을 설명했다. 복수의 정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를 열었다는 보도가 나온 상태다. 국무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국무위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