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시장 전망을 깨고 15년만에 기준금리가 2번 연속 깜짝 인하되면서 우리나라의 저성장 위기가 예상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퍼지고 있다.

실제로 주식 시장은 금리 인하에도 투자 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불안이 확산됐다. 금리 인하로 숨통이 트이는 효과보다 급하게 금리를 내려야 할 만큼 대한민국 경제가 병 들었단 우려가 더 넓게 퍼졌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70% 내려 2400선으로 하락 출발한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다. 오전 한땐 전장 대비 2.30% 내린 2446.96을 기록키도 했다. 결국 1.95% 내린 2455.91로 하락 마감했다.

깜짝 기준금리 인하 직후엔 코스피가 소폭(0.6%) 반등했으나, 효과가 지속되기는커녕 하루만에 바로 역행한 셈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증시 수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통상적 인식과 다르게 시장이 반응하고 있는 셈이다.

금리 결정은 그 성격이 중요하다. 경기가 탄탄한 상황에서 하방 압력에 대한 선제적 예방으로 금리를 내렸다면 호재지만, 늦었다면 악재다. 금리를 빠르게 내려야 할 정도로 대한민국 경기가 좋지 않다는 증거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병(경기 위축)’이 이미 퍼질 만큼 퍼진 상황에서 ‘약(금리 인하)’을 쓴 셈이 된다.

이는 미국이 9월 ‘빅컷(0.50%포인트 금리 인하)’을 단행할 때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기도 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시장이 모르는 걸 연준은 안다’는 식의 해석을 피하기 위해 무던히 애썼다. 빅컷이 경기 침체의 징후가 아니며 예방 차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한국의 금리 결정도 시장의 예상을 일부 뛰어넘는 파격이었지만, 파장은 다르게 미치고 있다. 미국은 튼튼한 경기에 대한 증거가 속속 나오면서 시장이 파월의 입을 믿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저성장 위기를 뒷받침하는 지표만 쏟아지고 있다.

당장 한은이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만 봐도 그렇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에서 1.9%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한은이 추산한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수준으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을 시사한다. 나아가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제시했다. 경쟁 심화에 따른 수출 증가세 둔화를 구조적 요인으로 전제하고 수년 간의 1%대 성장 고착화 우려를 던졌다.

시장에선 이에 우리나라 투자 비중 확대를 멈춰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내년 거시 경제는 달러 강세와 관세의 불확실성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한국의 수출과 산업 생산의 성장 속도가 줄어들면서 경제 성장률 둔화가 전망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