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발표 후 소프트웨어株 강세
글로벌 투자은행들 목표주가 상향
“상승세 뒤쳐졌었지만 다음 AI 흐름 승자”
국내 B2B·의료 등 분야 AI 소프트웨어株 ↑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올해 미국 증시는 ‘엔비디아로 시작해서 엔비디아로 끝났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엔비디아 신드롬에 모든 투자자들이 열광했다. AI(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고공 성장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주가는 실적의 가파른 기울기에 미세한 변화만 생겨도 바로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시장은 벌써부터 ‘포스트 엔비디아’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에 AI의 ‘넥스트 웨이브’가 소프트웨어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진 가운데 미국 빅테크를 둘러싼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은 소프트웨어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앱러빈 한 달 새 주가 103%↑…“소프트웨어, AI 산업의 다음 승자”
28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디지털 광고업체 앱러빈은 최근 한 달(10월28일~11월27일) 주가 상승률 103.2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는 3.26% 하락했다. 연간 수익률 비교 시 앱러빈(747.24%)은 엔비디아(180.96%)보다 4배 높다.
게임 전문 디지털 광고 회사로 2012년 설립된 앱러빈은 AI 기반 광고 부문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 주가가 급등세를 탔다. 계기는 지난 6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발표에서 시장전망을 웃도는 성과가 나오면서다. 앱러빈은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39% 증가한 12억달러를 기록해 예상치(11억3000만달러)를 상회했다. 광고 부문이 포함된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전년 동기 대비 66% 올랐다. 주당순이익(EPS)은 1.25달러로 예상치(0.94달러)보다 32.98% 높았다.
같은 기간 AI 데이터 분석업체 팔란티어와 데이터 클라우드업체 스노우플레이크는 각각 46.54%, 47.60% 올랐다. 마찬가지 이달 초 실적발표에서 매출과 EPS 등 모두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자 상승 흐름이다. 올해 AI 열풍에도 불구하고 잠잠하던 소프트웨어 종목이 상승한 원인은 AI 부문 매출 의구심을 실제 매출로 잠재운 영향으로 풀이된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연구원은 스노우플레이크에 대해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2025년부터 기업들의 소비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웨드부시는 모바일 게임 광고 시장이 현재 100억 달러에서 향후 10년간 500억 달러로 성장할 것이라며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팔란티어에 대해 시장 진출 초기라 평가하며 향후 3년 성장 전망을 기존 32%에서 34%로 상향했다.
실적 개선이 확인되자 투자은행(IB)들도 목표주가를 올렸다. 파이퍼샌들러는 앱러빈 목표주가를 400달러, 골드만삭스는 스노우플레이크를 220달러, 웨드부시는 팔란티어를 75달러로 상향했다. 빌 스톤 글렌뷰 트러스트 최고투자책임자는 “소프트웨어 관련주는 그간 상승세에서 뒤처졌지만, AI 산업 흐름의 다음 승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새 정부가 기업 인수·합병(M&A) 규제 등을 완화할 경우 혜택을 볼 수도 있다”고 했다.
다음달 3일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업체 세일즈포스도 기대감을 모은다. 한달 간 주가는 18.15% 올랐다. 이달 글로벌 IB 12곳은 목표주가를 올렸다. 캐시 허버티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AI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 클라우드가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를 제공하며 고객 수요를 확대할 것”이라며 기존 325달러에서 360달러로 상향했다.
디지털워크플로우 솔루션 기업 서비스나우도 지난해 생성형 AI 분야로 진출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에이전틱 AI’ 도입을 위해 엔비디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엔비디아는 서비스나우와 함께 다양한 AI 에이전트 활용 사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에이전트 AI는 ‘AI 개발의 두 번째 물결’로 평가받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AI 에이전트 관련 “소프트웨어의 AI 활용이 본격화하는 내년부터 수익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기업의 도입이 가속화하는 2026년에는 의미 있는 수익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세일즈포스, 서비스나우를 포함해 허브스팟, 어도비, 마이크로소프트를 관련 기대 종목으로 꼽았다.
국내 소프트웨어 관련주도 한 달 간 80% 상승
국내 소프트웨어 관련주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AI 소프트웨어업체 코난테크놀로지는 최근 한 달 간 84.74% 상승했다. 텍스트 분석기술 기반의 검색, 텍스트마이닝, 챗봇이 매출의 86%를 차지한다. 지난해 8월 자체 기술을 토대로 대규모언어모델(LLM) 코난LLM을 개발했다. 중소형 업체 가운데 최초 LLM 개발·출시 사례다. 최근 방위사업청 및 국방기술진소가가 공모한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인공지능 파일럿 개발 및 무인기 탑재 실증’ 과제의 수행자로 지정됐다.
증권가에서는 더존비즈온도 주목할 종목으로 본다. 국내 중소·중견기업 규모 전사적자원관리(ERP)에서 1위 기업으로, AI 기반 플랫폼을 고도화해 의료, 공공, 법률 등 산업 분야로 확대하려 한다. SK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쟁사의 ERP 전환 계획 및 교체 사이클 고대하면서 신규 고객 추가 유치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의료 AI업체 루닛도 최근 한달 간 주가가 85.17% 올랐다. 루닛은 AI를 활용해 영상 판독을 보조하고 병리 진단 솔루션을 제공한다. 주로 암 진단 및 치료 분야에 활용된다. 미국 현지 대형 의료 시스템에 유방암 검진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다.
엠로와 솔트룩스도 소프트웨어 관련주로 꼽힌다. 엠로는 기업용 공급망 관리 소프트웨어(SRM) 국내 1위 업체다. AI 기술을 접목한 공급망 예측 및 비용분석 제공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SCM 구축 프로젝트를 했다. 미국 ‘오나인솔루션즈’와의 협력을 통해 기업용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기반 솔루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AI 관련 최다 등록 특허를 보유한 솔트룩스는 대화형 AI 및 빅데이터 증강 분석 분야에서 우위업체로 평가받는다.
소프트웨어 기대감에도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 “자본지출 우려 계속 남아”
미국 증시를 둘러싼 높아진 밸류에이션 부담은 소프트웨어를 둘러싼 악재로 꼽힌다. 올해 AI를 포함한 IT산업 빅테크의 EPS 상승은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IT는 미국 증시 30% 이상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지수 상승의 전제조건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AI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3분기 호실적에도 불구 높아진 시장 눈높이로 주가는 하락세다. 실적 발표 후 이날까지 5거래일간 7.4% 빠졌다.
빅테크의 막대한 설비투자(CAPEX) 지속가능성은 엔비디아를 둘러싼 불안 요소다.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인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메타 등이 설비투자를 쏟고 있지만 실제 수익화는 아직이라는 시장 내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설비투자는 올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금융정보업체 비저블알파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메타의 올해 설비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49% 증가한 2311억달러(약322조5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모건스탠리는 “내년 설비 투자 규모는 실질 기준으로 아폴로 우주 프로그램 전체와 유사하다”고 평가할 정도로 막대한 수준이다. 설비투자 증가분의 다수는 생성형 AI 구동에 필요한 엔비디아 칩 구매 및 인프라 구축에 사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인 이들이 지출을 줄이면 엔비디아도 타격을 받게 되는 셈이다.
박윤철 iM증권 연구원은 “HP, 델 등이 실적 발표하면서 향후 IT 관련 지출에 대해 보수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언급이 있었다”며 “CAPEX(자본지출)에 대한 우려들이 계속 있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이어 “과감하게 투자했던 빅테크들에서 이같은 지출 관련 이슈들이 계속 부각되면 현재 싸다고 말하기 힘든 소프트웨어 종목 등 아랫단으로 전염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