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살인·박해 등 비인도 행위…갈란트 전 국방도 공범”
이스라엘 “반유대적 조치…ICC, 중동 극단세력 정치도구로 전락”
美, ICC 미가입…영장 집행 의무 없어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전쟁 범죄 혐의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5월 20일(현지시간) 카림 칸 ICC 검사장이 영장을 청구한 지 6개월 만이다.
그러나 체포영장 발부에도 네타냐후 총리 등을 실제로 체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체포영장이 발부돼도 실제로 이행되지 않은 사례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에선 ICC의 이번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ICC 결정을 “근본적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우리는 ICC의 절차상 오류를 깊이 우려한다”며 “미국은 파트너 국가들과 다음 단계를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공화·플로리다)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ICC는 신뢰성이 없다. 내년 1월부터 ICC와 유엔의 반유대주의 편향성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앞서 IC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해 10월 8일부터 최소한 올해 5월 20일까지 저질러진 반인도주의 범죄와 전쟁 범죄에 대해 네타냐후와 갈란트의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며 “이들이 기아를 전쟁 수단으로 사용하고 살인·박해 등 비인도적 행위를 저지른 공범으로서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ICC는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동안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장관이 가자지구 민간인의 생존 필수품을 고의로 박탈했다고 판단했다.
가자지구 전쟁 관련 사건을 다룰 사법관할권이 ICC에 없다는 이스라엘 주장도 반박했다. ICC는 이미 2021년 재판부가 동예루살렘, 가자지구, 요르단강 서안까지 관할권을 확대하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며 “이스라엘이 ICC의 관할권을 받아들일지가 (영장 발부의) 필수 요건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ICC는 지난 1998년 로마 규정에 따라 설립된 상설 기구로 집단 살해, 비인도주의적 범죄, 전쟁 범죄와 침략 범죄 등에 관할권을 행사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ICC 가입 조약 ‘로마규정’에 따라 124개 회원국은 원칙적으로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전 장관이 앞으로 자국을 방문할 경우 체포영장을 집행할 의무가 있다. 한국도 ICC에 가입돼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 등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들이 체포될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ICC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다. 이 때문에 체포영장이 발부돼도 미국에서 법적으로 이를 이행할 의무는 없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중국, 러시아, 인도, 러시아 등도 ICC에 가입하지 않은 나머지 체포영장이 발부돼도 영장이 실제 집행은 어렵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ICC는 지난해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ICC로부터 수배된 대표적인 피의자 중 한 명임에도 체포되지 않은 채 세계 각국을 순방 중이다.
푸틴은 지난 9월 ICC 회원국인 몽골을 공식 방문했지만 몽골 정부로부터 극진한 환영을 받은 채 일정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ICC의 영장 발부에 강하게 반발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연설에서 “우리를 파괴하려는 적들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할 자연적 권리의 행사를 방해하려는 것이 이번 반유대주의적 조치의 목적”이라고 비난했다. 갈란트 전 장관 역시 엑스에서 “ICC가 이번 결정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살인 지도자들을 동일선상에 놓고 유아 살해, 여성 성폭행, 노인 납치 등을 정당화했다”며 “살인과 테러를 조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