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상법 개정안’ 당론발의…연내 처리 목표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보호 의무’ 포함

경제 8단체 “해외 투기자본 먹튀 조장법” 비판

與 “헤지펀드 경영권 침해 가능성 커져…반대”

더불어민주당_최고위원회의_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박찬대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양근혁·김해솔·신현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주주들에 대한 기업 이사들의 의무 확대를 핵심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하고 입법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는 해당 개정안은 기업 이사회에 주주를 위한 ‘충실 의무’를 지우는 것에 더해 ‘보호 의무’까지 새롭게 규정하고 있어 경제계와 정부·여당의 반발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이정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 처리할 방침이다. 우선은 본회의가 예정된 다음달 2일 혹은 10일 처리를 목표로 하되, 내년도 정부 예산 결정 과정과 연동돼 다소 늦춰질 수는 있다는 것이 민주당 원내지도부의 설명이다. 이 의원이 발의한 해당 개정안은 지난 14일부터 당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이어온 논의를 바탕으로 한 민주당의 당론이다. 상법 개정은 이재명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결단하면서 증시 선진화를 명분으로 제시한 보완책인만큼 민주당 단독으로 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개정안은 기업 이사회에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와 ‘보호 의무’를 모두 규정하고 있다. 충실 의무와 관련해선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기존 법안의 조항이 ‘이사는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로 확대·수정됐다. 보호 의무는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해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아울러 ▷이사회 구성의 다양화 ▷이사 선임 과정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분리선출 감사위원 이사 수 확대 ▷전자주주총회 방식 도입 등 내용도 담겼다.

앞서 민주당 안팎에선 이사의 충실 의무와 보호 의무 중 한쪽에 무게를 싣는 쪽으로 당론이 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두 가지 의무를 모두 규정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경제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게 됐다. 앞서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 추진을 두고 “해외 투기자본 먹튀 조장법”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충실 의무를 주주에게 확대하느냐, 아니면 충실 의무랑 개념적으로 언어가 좀 다른 보호 의무 쪽으로 갈 것이냐 논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이 기존부터 주장하던 충실 의무는 외국의 입법례에서도 인정되는 바가 있다”며 “그런데 주주에 대한 부분을 충실 의무가 그냥 다 한 조항으로 끝나버리면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있어 주주의 이익과 전체에 대해서 공평하게 대해야 된다는 (보호) 의무 조항을 넣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당 역시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헤지펀드의 경영권 침해 가능성이 더욱 커져 소액주주들의 이익까지 위험해진다”며 “여전히 반대입장”이라고 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오는 22일 열기로 계획하고 있는 ‘민생대책 당정협의회(가칭)’에서도 민주당의 상법 추진에 대한 대응책이 논의될 전망이다. 향후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상법을 둔 여야 간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