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 리퍼블릭
바나나 리퍼블릭의 케이프 코프 상품. [바나나 리퍼블릭 홈페이지]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사랑스러움과 우아함 사이 그 어딘가, 망토가 있다.

19일 이틀 연속 영하권 기온이 계속되는 가운데 목과 얼굴을 넘어 몸 전체를 보호하는 ‘휘감는 패션’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폭이 좁고 긴 스카프를 목에 두르는 패션이 유행이었다면 올겨울에는 면적이 넓은 형태의 아이템이 눈길을 끈다. 두르기보다 입는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다. 캐시미어 케이프 코트, 패딩 충전재를 넣은 퀄티드 판초 스타일까지 다양한 변주도 이어진다.

케이프
보테가 베네타(왼쪽)의 케이프 코트와 티케비(오른쪽)의 캐시미어 핸드메이트 케이프. [보테가 베네타/W컨셉 제공]

대표주자는 케이프(Cape)다. 포루투칼어 ‘카파(Capa)’에서 유래된, 몸과 어깨를 덮는 망토(불어 ‘manteau’에서 유래) 스타일의 겉옷이다. 체형을 가려주면서 보온과 섬세한 스타일링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최근에는 스카프 디테일이 적용된 케이프 코트뿐만 아니라 케이프 드레스 등 다른 의복과 합쳐진 형태도 쉽게 보인다. 중앙에 머리를 꺼낼 수 있도록 구멍을 낸 망토형 옷인 판초(poncho)와 달리, 입체감으로 화려한 실루엣을 구현했다.

명품 브랜드 중에는 클로이를 필두로 보테가 베네타, 토템, 질 샌더, 피비 파일로가 케이프 패션을 선도하고 있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젠테의 김홍재 MD팀 리드는 “드뮤어룩, 올드머니룩 등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분하고 우아한 패션의 연장선에서 FW(가을겨울) 시즌의 케이프가 트렌드로 떠올랐다”면서 “대표 소재인 울뿐만 아니라 캐시미어, 가죽, 레이스까지 외투를 넘어 다양한 디테일을 활용한 스타일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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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디의 2024 FW(가을겨울) 시즌 케이프 상품들. [FENDI 제공]

김선영 순천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현대패션에 나타난 케이프디자인의 특성(2012)’이라는 연구에서 “우아미, 실용과 패션성의 조화와 함께 권위를 표현하는 장식으로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다. 케이프에서 고급스러움이 드러나는 배경 중 하나는 케이프가 과거 왕실이나 귀족들이 입던 의복의 형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해당 연구에서 “케이프의 실루엣이 긴 길이로 표현될 경우 우아함과 위엄 있는 이미지를 나타내게 된다”면서 “과장과 확대의 방식으로 권위성의 가치를 표현한다”고 서술했다. 넓은 면적으로 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의미다.

케이프
모자 아닙니다. 케이프에서 비롯된 RIck Owens(왼쪽)의 하이넥 패딩 판초 케이프와 펜디(오른쪽)의 FF 로고 패치 케이프. [젠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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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F의 아떼 가르송이 오는 20일 출시 하는 후드 머플러. [아떼 인스타그램]

지그재그에 따르면 1~15일 기준 케이프 가디건과 숄 코트의 거래액은 전년 대비 129%, 234% 증가하며 ‘휘감기 패션’을 찾는 높은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넉넉하고 아늑한 실루엣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동시에 올해 화제가 됐던 보헤미안시크 트렌드를 녹일 수 있는 넓은 의류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목도리, 모자가 아닌 아우터 위 ‘보호막’ 역할을 하는 아이템도 인기다. W컨셉에 따르면 이달 1~15일 케이프와 바라클라바의 매출은 각각 2배 이상인 110%, 112%로 증가했다. 숄, 바라클라바, 스누드가 관심을 받는 것도 케이프 유행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활동성을 보장하면서 무심하게 휘감긴 형태로 자유롭고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어서다. 케이프 코트가 부담스럽다면 드레스나 슈트 위에 착용할 수 있는 케이플릿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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