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전쟁 대비 책자 6년만에 보완
핀란드, 위기 대처법 온라인에 공지
노르웨이, 각 가정에 220만부 발송
72시간 버틸 식수와 식량 보관이 중요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콩 통조림, 에너지 바, 파스타를 보관하고, 요오드 알약을 구비하라.’
18일(현지시간) 스웨덴 국민 수백만 명은 전쟁이나 여러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 어떻게 대비하고 대처해야 하는 지 설명이 담긴 안내 책자를 우편으로 받게 된다고 영국 BBC가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 뿐 아니라 핀란드,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초판 발행된 전쟁 발생 시 행동 요령 책자를 현 상황에 맞게 수정 보완해 국민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스웨덴 정부는 최근 안보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며 전쟁 시 행동 요령 안내 책자인 ‘위기 및 전쟁 발생 시(If crisis or war comes)’를 6년 만에 업데이트해 발간했다. 이번 책자는 기존의 2배 분량이다.
지난달 칼-오스카 볼린 스웨덴 국방부 민방위부 장관은 전 세계 정세가 변화하는 가운데 스웨덴 가정에 전달되는 정보도 이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보강된 안내 책자의 중앙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눈에 띄게 처리 됐다.
“외국이 스웨덴을 공격하더라도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항을 중단해야 한다는 식의 모든 뉴스는 거짓입니다.”
이웃인 핀란드도 최근 ‘위기와 사태에 대한 대비’라는 새로운 안내문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했다. 핀란드 정부는 “수백만 달러의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쉽게 업데이트하기도 힘들기에 종이 인쇄물 대신 온라인으로 배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특히 핀란드의 온라인 안내문은 군사 분쟁 부분이 자세히 설명돼 있는데, 무력 공격이 발생할 경우 정부와 대통령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과 함께 핀란드는 “국가 방어를 위한 준비 태세를 잘 갖췄다”는 주장이 담겼다.
또 다른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도 국민들에게 최근 기후 이상, 전쟁 및 여러 위기 상황 발생 시 일주일간 혼자 살아남을 수 있도록 대비하라는 문구가 담긴 안내 책자를 배포했다. 노르웨이의 정부 기관인 시민보호국(DSB)에서 국민들의 위기 준비를 담당하는 토레 캄피오르드는 “노르웨이의 각 가정에 하나씩 총 220만 부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북유럽 국가들이 발간한 안내 책자에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비한 행동 지침이 나와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들 국가는 위기 상황 발생 시 최소한 초기에는 국민들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집에 보관해야 할 품목이 적힌 체크리스트에는 콩 통조림, 에너지 바, 파스타 등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식품과 원전 사고에 대비한 요오드 알약 등의 의약품이 포함돼 있다.
핀란드는 겨울에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데 만약 며칠 동안 전기가 공급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요오드 알약을 포함해 간편 조리식, 반려동물의 사료, 예비 전력 공급 장치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안내 책자에는 감자, 양배추, 당근, 달걀과 함께 볼로네제 파스타 소스 통조림, 블루베리 및 로즈힙 수프를 구비해두라고 나와 있다.
가장 중요한 권장 사항 중 하나는 72시간 동안 버틸 수 있을 만큼의 식량과 식수를 보관하라는 것이다.
스웨덴의 경제학자 잉게마르 구스타프손(67)은 과거 이러한 안내 책자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크게 걱정하지 않고 비교적 차분하게 받아들였다. 다만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지만, 집에서 이 모든 걸 갖추고 있을 순 없다”고 말했다.
한편 스웨덴은 올해가 돼서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으며, 핀란드 또한 2022년 러시아가 전쟁을 확장하기 시작하자 비로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택했다. 노르웨이는 NATO 창립 당시 회원국 중 하나다.
핀란드의 경우 러시아와 길게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과의 전쟁을 치른 경험도 있어 높은 수준의 국방력을 유지해왔으나 스웨덴은 관련 인프라를 축소해오다가 최근 몇 년 전부터 다시 준비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