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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나 완벽했던’ 최초 흑인 피겨 스타의 몰락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피겨 사상 최초의 흑인 챔피온’으로 유명한 데비 토마스(49ㆍ여)가 최근 파산하고 조울증까지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안겨주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최근 토마스가 파산한 데다, 새 남편 및 그의 두 아들과 함께 트레일러(자동차가 끌고 다니는 이동식 주택)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근황을 전했다.

토마스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백인 일색이던 피겨 스케이팅 세계에서 흑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다. 그는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백인 선수에 비해 점수를 낮게 받는 등의 설움을 딛고, 1985년 전미선수권대회에서 2위에 올랐다. 또 이듬해에는 전미선수권대회 정상에 등극하는가 하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정상에 올라 전성기를 구가했다. 비록 올림픽 금메달의 꿈까지는 이루지 못했지만, 1988년 캘커리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고 은퇴하기까지 그의 행보는 수많은 흑인 피겨 꿈나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었다.


[사진=게티이미지]

토마스는 단순히 운동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었다. 어려서부터 공부에도 남다른 재능과 열정을 보였던 토마스는 은퇴 뒤 학업에 복귀했다. 그는 스탠포드 대학을 졸업한 뒤 예전부터 꿈꿔왔던 의사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평범한 소시민으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하며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그런 그가 다시 매스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픽스 마이 라이프(Fix My Lifeㆍ내 삶을 고쳐줘)’라는 한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에 나오면서부터다. 30여년만에 대중의 눈 앞에 다시 등장한 그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선수 시절 신었던 스케이트는 발에 맞지 않았고,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메달은 짐보따리에 쳐박혀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지경이었다.

외신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토마스의 넘치는 재능과 자신감이 도리어 그의 인생을 해치는 ‘양날의 칼’이 됐다. 토마스는 정형외과 의사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주변 사람들과 끊임없는 불화에 시달렸다. 토마스는 자신의 완벽주의가 ‘올림픽 선수의 정신’이라고 표현했지만, 동료들의 눈에는 쓸데없는 고집처럼 비쳐질 뿐이이었다. 그와 함께 일한 바 있는 로렌스 도어라는 이는 “토마스는 스타로 대우받기를 원했지만, 정형외과 분야에서 그는 스타가 아니다”라며 그녀와 함께 일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토마스는 어느 직장에도 1년 이상 머물지 못하고 이곳저곳을 옮겨다녔고, 이혼도 두차례 했다.

토마스는 2010년 버지니아 리치랜드에 스스로 사무실을 차리면서 새로운 인생을 꿈꿨다. 이곳에서 한 아이의 손목을 치료하면서 그 아이의 아버지와 새 가족을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직원들과의 사이는 좋지 않았고, 조울증까지 얻게 됐다. 이미 토마스는 가진 돈을 모두 잃어 월 800달러의 임대료는 물론, 조울증 치료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그녀는 파산을 선언해야 했다.

토마스를 진찰한 한 의사는 “토마스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은 조울증의 증상이 아니라, 순진함, 과도한 자신감, 그리고 열심히 하면 어떤 장애물이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라며 “세계 정상급 피겨 스테이터로서의 경험이 이런 기대와 자신감을 만들었다”고 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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