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회 남북행사 참여…25년간 통일부 기자실 지켜

37년9개월간 근무하며 ‘대통령 표창’ 등 9건 포상 받아

남북관계 증인이자 기자들의 ‘큰누님’·‘맏언니’ 허희옥 기자실장 퇴임
25년 간 통일부 기자실장으로 근무한 허희옥(58) 통일부 행정사무관이 명예퇴임했다. [신대원 기자]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기자실은 저한테 전부였던 것 같아요”

25년 간 통일부 기자실장으로 근무한 허희옥(58) 통일부 행정사무관이 명예퇴임했다.

허 실장은 1986년 통일부에 입부한 뒤 37년 9개월의 근무기간 중 25년을 대변인실 소속으로 기자실 관리·운영 책임을 맡은 기자실장 임무를 수행했다.

2012년 암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몇 해 전 다시 암이 재발해 투병하는 속에서도 자리를 지켜오다 지난 3일 사직했다.

허 실장은 9일 정부서울청사 6층 통일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들이 마련한 송별 자리에서 “근무하면서 너무 재미있었고 다른 걸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기자실이 많이 소중했던 것 같아요”라면서 “좋게 나갔으면 좋을텐데 몸이 안 좋은 상태로 나가서 너무 마음이 아파요”라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또 “그동안 너무 고마웠고 정말 진심을 다해 기자들을 사랑하고 좋아했습니다”며 “고맙고 감사합니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허 실장은 정부의 통일정책과 남북정책이 국민들에게 가감 없이 전달될 수 있도록 취재활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기자들의 ‘큰누님’이자 ‘맏언니’였다.

남북관계가 좋은 이유로, 혹은 나쁜 이유로 밤샘회담이 이어질 때 기자들과 함께 밤을 새거나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나 기자실에서 간식을 내오며 특유의 말투와 함께 던지곤 했던 “잡솨”는 통일부 안팎에선 유행어였다.

허 실장은 200여회에 달하는 남북대화와 행사 운영에 참여한 남북관계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남북회담본부와 판문점은 물론 평양과 개성, 금강산 등 북한 곳곳에서 펼쳐진 남북관계의 역사적인 현장과 순간마다 늘 그녀가 있었다.

남북관계 최전선에서 오래 근무한 탓에 북한 측 인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북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018년 평양에서 열린 10·4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 때 서울과 다른 생소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허 실장이 일처리 하는 모습을 보곤 “일 잘하는 기자실장 선생”이라고 말한 건 유명한 일화다.

당시 허 실장은 우리 측 취재지원 인력으로 유일하게 참가했다.

허 실장은 기자실장으로서뿐 아니라 공무원 본연의 임무에서도 평가받았다.

재직기간 대통령 표창 1회, 국무총리 표창 1회, 장관급 표창 5회 등 정책소통과 여성공무원 권익 향상 등 공로로 총 9건의 포상을 받았다.

이밖에 개인적으로 탈북민 후원과 기부 등 활동을 해온 게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통일부 출입기자단은 이날 허 실장에게 전달한 감사패에서 “통일부 기자실은 곧 실장님이었고 실장님이 곧 통일부 기자실이었습니다”며 “당신이 안 계신 허전함과 아쉬움을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라고 이별의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또 “25년을 한결같이 있어주신 실장님께 마음을 모아 건강을 기원합니다”고 응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