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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산 없으면 한국 태양광 생태계 다 무너질 판
태양전지·모듈 수입 97% 중국
국산 모듈 점유율 30%로 추락
풍력 발전기 외산 비중은 70%
기관 승인받아 설치 10년 걸려
양평농협 스마트농업지원센터 태양광 스마트팜 외부 모습 [한화솔루션 제공]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대규모 첨단산업 단지 조성이 진행 중인 가운데, 탈탄소 및 상당량의 전기 공급 핵심 역할을 해야 할 국내 재생에너지 생태계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급기야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갈수록 중국에 내주고 있고, 각종 규제 또한 자립을 가로막는 실정이라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재생에너지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관세청이 집계한 수출입무역통계을 보면 올해 1~8월 국내 태양전지·모듈 수입액은 2억415만달러로 전년(1억5566만달러) 동기 대비 31.2% 증가했다. 이 중에서 중국산(1억9833만달러)이 차지하는 비중은 97%다.

2017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중국산 태양광 모듈 비중은 20%대에 그쳤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중국산 비중이 30%대로 늘어났다. 이와 관련 한국태양광산업협회 측은 “65% 이상을 유지해 오던 국산 모듈 점유율은 올해를 기점으로 3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태양전지의 경우 1~5월 국내에 보급된 전체 제품(109만3279㎾) 중 중국산(74만3397㎾) 비중은 70%에 육박한다. 이는 중국 기업의 저가 공세로 국내 부품들은 설 자리를 잃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태양광 모듈 가격은 국내 제품 대비 10% 이상 저렴하다. 그 와중에도 중국 기업은 당국의 후원에 힘입어 공격적인 증설을 계속 이어 나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맥쿼리·에퀴스 등 해외 투자사가 최근 국내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한 만큼 중국 태양광의 국내 시장 잠식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 자본은 수익성을 고려해 국내 제품이 아닌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풍력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누적 기준 우리나라에 설치된 풍력 발전기 중 외산 비중은 55%에 달한다. 2018년 누적 기준만 하더라도 국내 기업이 설치한 발전기가 절반이 넘었지만, 2019년부터 해외 기업에 역전을 당했다. 지난해 신규 설치된 풍력 발전기만 살펴봤을 때도 해외 발전기 비중이 70%에 달한다.

지난해 말 누적 기준 국내 풍력발전 제조 점유율에서 덴마크 베스타스는 32.4%의 점유율로 선두를 차지했다. 2위를 기록한 국내 풍력발전 전문기업인 유니슨(15.4%)을 17%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3위 두산에너빌리티는 베스타스보다 약 20%포인트 적은 13.7%에 그쳤다.

풍력 발전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터빈의 외산 의존도는 50%를 넘는다고 알려졌다. 바람의 운동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터빈은 발전기 전체 비용 중 50% 이상을 차지한다.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가 국내 풍력 발전 사업에 타격을 줬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풍력 발전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 해양수산부 등 여러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기관 승인을 받느라 풍력 발전기 설치에만 약 10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서 풍력 발전기 설치 절차를 간소화하는 해상풍력촉진특별법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외국산 제품 의존도가 커지자 국내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을 아예 접고 있다. SKC는 2020년 태양광 모듈을 보호하는 에틸렌 비닐아세테이트(EVA) 시트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 태양광 셀·모듈 제조 중견기업인 신성이엔지는 충북 증평공장을 2020년 말 매각하며 셀 생산을 접었다. 태양광의 경우 잉곳, 웨이퍼를 생산했던 웅진에너지는 중국의 저가 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7월 최종 파산 선고를 받았다. LG전자도 지난해 태양광 모듈 사업을 접았다. LG전자는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한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노력했으나 물량 싸움이 치열하고 앞으로도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폴리실리콘(태양광 모듈 원재료) 대표 기업인 OCI는 폴리실리콘의 국내 생산을 중단했다. 국내에 생산된 제품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중국에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화솔루션 역시 2020년부터 폴리실리콘 생산을 중단했다. 최근에는 연 2.9GW의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음성 공장을 축소 운영하고 있다.

풍력 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HD현대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한 때 풍력 터빈 시장에 뛰어들었던 조선사들도 현재는 경제성 악화 등의 이유로 사업을 접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생태계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 지원은 적은 반면 현장에서는 여전히 규제들이 많다 보니 관련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신재생에너지학회장을 역임했던 이준신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태양광의 경우 유럽은 중국 제품을 대상으로 덤핑을 방지하고자 법적으로 철저히 규제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며 “제도 정비를 통해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아가 정부는 기존 RE100 대신 수소와 원전 등을 더한 CF100(사용전력의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사용)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 중인 가운데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수소·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시너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CF(무탄소) 연합’을 제안한 것도 국토 면적 등 국내 재생에너지 여건이 불리한 상황을 감안한 보완책이라는 평가다. 이에 수소·원전 활성화와 동시에 탄탄한 재생에너지 생태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한영대·양대근 기자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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