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비공개 지도부 회의서 ‘과세 가능한지’ 의문 수차례 제기

“해외거래소 통한 거래는 세금을 어떻게 매길 수 있는지 물었다”

금투세 반대했던 진성준 “실물경제와 관련 無…과세 시행해야”

더불어민주당_최고위원회의_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지도부 의원들에게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과세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수차례 표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민주당은 기존 250만원인 기본공제 한도액을 5000만원으로 올려 내년 1월부터 과세를 유예없이 시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대표가 물음표를 던지면서 앞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과정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22일 헤럴드경제에 “이 대표가 지난주부터 최고위원회의 및 고위전략회의 등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서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과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행정적 여건이 마련돼 있는 것인지’ 몇 번 물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코인 투자 수익에 대한 추적이 완벽하게 이뤄질 수 있는지,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어떻게 세금을 매길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의문을 표했다”며 “다만 이 주제를 둔 지도부 간 논의가 아직 깊게 이뤄지진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의문은 코인업계 및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과세를 반대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다. 과세 유예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정부·여당 역시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세금을 공평하게 거둬드릴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며 민주당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그 과세는 공정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현재 우리의 준비 상태로는 공정하고 공평한 과세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가상자산 투자 과세를 공언했던 민주당 내부의 기류가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세금을 거두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지도부 의원은 “코인은 가격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해 변동성이 심하다”며 “세금을 매기는 시기와 기준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연말에 세금을 매겼는데 그 직후 갖고 있는 코인 가격이 급락했을 때 문제가 생기지 않겠나”라며 “이런 부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또 “이 대표의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며 “우리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내대책회의 입장하는 진성준 정책위의장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연합]

반면 금투세 폐지 과정에서도 반대입장을 끝까지 고수했던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가상자산 투자에 대한 과세는 예정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진 의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소득공제의 한도를 현재 250만 원으로 돼 있는 것을 5000만원까지 대폭 상향해서 과세 대상을 확 줄이고 과세부담을 줄이겠다라고 하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했다.

진 의장은 이 대표가 우려를 표한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에 대한 과세 여부와 관련해선 “국내 거래소에서 파악될 수 있는 것이라면 일단 과세하고, 2027년에 해외 거래까지 파악이 되면 그에 대해서도 과세하면 되는 문제 아니겠나. 세계적인 연계망이 구축돼서 다 파악될 수 있는 게 2027년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를 결정하면서 가상자산 투자 과세 방안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민주당이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안은 가상자산 투자 소득에 대한 기본공제 한도액을 5000만원으로 설정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금투세 시행을 가정해 금투세 공제와 동일한 액수로 설계했던 공약이기 때문이다.

진 의장은 “금투세와 코인 과세는 같지 않다”며 “금투세는 주식 투자 소득에 대해서 매기는 세금인데, 과세 대상이 되는 큰 손들이 다 빠져나가면 우리 주식시장이 폭락할 것 아니냐 투자자들이 다 떠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우리 기업들이 기업 경영에 자금을 확보하는 데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을 고려해 당이 결정한 것”이라며 “반면 가상자산의 경우, 코인의 경우는 실물 경제하고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