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 화장실서 살인’ 예고…현장서 경찰 “학생이 들어가봐” 논란
트위터에 올라온 살인 예고글. 작성자는 21일 “낮 12시 S여대 화장실에서 막무가내 살인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KBS 보도화면 캡처]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숙명여자대학교 화장실에서 살인을 하겠다는 예고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런데 수색 과정에서 남성 경찰관이 별도의 상황 설명없이 지나가던 여학생을 붙잡고 화장실에 누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서울 용산경찰서는 이틀 전 트위터에 ‘서울 숙명여대 화장실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글을 올린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글이 올라온 21일 새벽 신고를 받고 출동해 학교 내부와 주변을 수색했고 피해는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한 건물에서는 남성 경찰관들이 여자 화장실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지나가는 학생에게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이 화장실 내부를 살펴보는 사이 경찰 3명은 문밖에 서 있었다.

이어 학생이 "아무도 없다"고 말하자 경찰들은 별다른 설명없이 "고맙다"며 자리를 떴다.

해당 학생은 “몰카 같은 거 확인해달라는 말씀인 줄 알고 가볍게 응했던 것”이라며 나중에 친구들로부터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와 경찰이 출동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자칫 살인을 예고한 흉악범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용산 경찰서는 “남경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 부득이 대처했다”고 해명했다. 여경을 동원하지 않은 이유에는 “휴일 집회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행법상 경찰관은 사람에 대한 위해를 막기 위해서라면 화장실을 포함해 공개된 장소에 출입할 수 있어 적절한 대처가 아니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용산경찰서는 “해당 경찰관들의 행동이 미숙했다”면서도 “피해 상황이 발생하지 않아 징계 절차 등은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글을 올린 남성의 거주지 관할인 송파경찰서에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