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사] 민·관·연 협력 방산수출전략 추진단 마련해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방위산업시장이 격동하고 있다. 세계 방산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던 러시아는 이번 전쟁을 통해 무기가동률 저하와 성능 미달, 공급망과 군수 지원 제한 등의 약점이 드러나면서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모양새다.

한편 러시아의 직접적인 위협에 노출된 폴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등 인접국에서는 자국 방어를 위한 신속한 무기 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수출국가에 최적의 방산 수출 기회가 도래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유럽 최대 방산전시회 프랑스 ‘유로사토리’가 지난 6월 13일부터 17일까지 개최돼 최근 방산시장의 지각변동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유로사토리 전시회에서 대부분의 구매자는 신규 공급망 발굴을 위해 대상 업체에 원자재 비용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은 없는지, 우방국 거래처를 활용해 적시 부품 수급이 가능한지 등을 확인하며 신규 공급망 후보의 신뢰성을 면밀히 검토했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전시회 제품 중 첨단 인공지능(AI)기술과 디지털 네트워크가 접목된 무기 체계 통합 운용 솔루션 체계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이 솔루션에서는 무인 운용체와 인력 활용 무기의 조화는 물론이고, 지원장비 체계와 통합 컨트롤타워까지 모두 네트워크화된 채로 통합 운용된다. 또한 기능 모듈별 호환과 연동이 용이해 임무의 확대·조정, 합동 수행이 가능해진다. 무기 체계 통합 운용 솔루션 강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이스라엘 등은 이미 확보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하며 타 국가와 기술격차를 벌리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현재의 천금 같은 적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방산수출 확대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유럽 국가의 직·간접적 무기 긴급 요청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군·유관기관·업계 간 수출 추진 협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안보 특수성으로 인해 세계 최고 수준의 무기 신속 생산능력과 가성비를 갖추고 있다. 무기 긴급 요청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수출 추진 협조 체계가 구축되면 수주가 용이해질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원전산업 해외 진출의 체계적인 지원과 컨트롤타워 수립을 위해 민관 협력 원전수출전략 추진단을 설치한 것처럼 방위산업도 민·관·연 협력 방산수출 전략 추진단을 마련해 수출 추진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우방국 중심의 튼튼한 거래처를 공급망으로 구축하고 산·학·연 중심의 연구개발 활성화 노력을 지속한다면 방산수출 경쟁력은 배가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방국과의 공급망 구축 확대를 위해 정부 간 회의체 아래에 기업 대 기업(BtoB) 방산협력창구를 신설·확대해 공동 협력 사업 발굴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성과를 거두고 있는 핵심 부품 국산화, 수출용 무기 체계 군 시범 운용과 성능시험 지원, 핵심 기술 연구개발이 산·학·연을 중심으로 추진되도록 장려할 필요가 있다. 향후 AI, 무인 운용체, 디지털 네트워크 등이 복합 활용된 무기 통합 운용 솔루션 개발이 활성화되도록 관련 규정 개정, 예산 확보 등의 지원에도 힘써야 한다.

범정부적 차원의 수출 지원 노력도 지금처럼 지속돼야 한다. 튀르키예(터키), 중국, 이스라엘 등의 방산수출 경쟁국은 이번 전시회에서 큰 부스 규모와 다양한 전시품을 내세우며 홍보에 주력했다. 특히 튀르키예는 오토카르, 아셀산 등 30여개 업체가 참가해 각종 지상기동장비 실물, 유도미사일, 드론 등을 진열하며 자국의 방산능력을 자랑했다.

이러한 신흥 방산강국들은 공통적으로 방산수출 확대를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다. 우리도 범정부적 수출 추진 협의체가 이미 잘 구축돼 방산수출 확대 소명을 완수하고 있다. 향후에도 범정부 협의체가 지속적인 세일즈 외교를 통해 수출 협상과 계약의 기반을 닦아주길 기대한다.

나상웅 한국방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