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메디컬 메타버스 선도 ‘글로벌 K-병원’ 만들자

병원으로 대표되는 보건의료산업은 미래의 먹거리이며 국가의 경쟁력이다. 리포트 링커의 조사에 따르면 세계 보건의료산업의 규모는 2018년에 이미 9조5000억달러를 넘었다. 또 2013년 이후 연평균 5%씩 넘게 고속 성장 중이다. 선진국의 인구구조가 초고령화로 변화하는 추세 그리고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에 확산까지 고려한다면 그 성장 속도는 더 가파를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여러 지자체와 대학병원이 ‘메디클러스터’를 만들겠다고 선포하는 등 분주하다. 다행히 한국의 병원은 이미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국내 상위 7개 병원이 뉴스위크지 발간 ‘2021 세계 병원 순위’에서 100위권 내에 진입해 있을 정도다.

메타버스가 의료보건을 포함한 전 산업에서 화제다. 메타버스와 관련한 개념으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 있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이나 시스템 또는 환경 등을 메타버스 가상공간에도 동일하게 구현하는, 즉 ‘메타버스 쌍둥이’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물리적 병원이 있다면 가상공간에도 유사한 기능을 담당하는 병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우리 병원이지만 아쉽게도 디지털 트윈에서는 상당히 취약하다. 특히 글로벌 소통과 마케팅은 불모지와 다름없다. 외국어 홈페이지도 글로벌 대상의 소셜미디어 소통도 없는 병원이 절대 다수다. 우리가 자랑하고 싶은 ‘K-병원’이지만 우리만 알아주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검색창의 결과가 바로 병원의 ‘메타버스 디지털 트윈’의 실체다. 검색 결과로 등장한 병원 홈페이지와 동영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그리고 고객들의 리뷰 모두가 소비자의 의료 서비스 선택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제 병원은 초국적으로 메타버스 공간을 드나드는 글로벌 고객들을 이해해야 한다. SNS 속 고객의 의견을 ‘소셜 리스닝’하는 데 힘을 더해야 한다.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그를 기반으로 실제 병원과 디지털 트윈 병원에 변화를 주며 또 변화에 대한 추가적인 피드백을 참고해 성장하는 순환적 과정을 통해 병원의 디지털 트윈을 견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병원의 메타버스 전략은 다양하지만 강력한 디지털 트윈 병원 구축을 목표로 ‘병원 브랜드’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7만개를 상회하는 국내 병의원 가운데서 글로벌 소비자가 알고 찾아주는 병원은 손에 꼽는다. 글로벌 플랫폼이 주도하는 메타버스에서 디지털 마케팅은 국경이 없고 시간의 제약도 없다. 국내 병원들은 지금까지 국내 소비자라는 제한적인 시장만을 보고 출혈경쟁을 지속하지 않았을까?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의 ‘K-병원’이 메타버스라는 뜀틀을 통해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고 또 한국의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여기에 한류 콘텐츠파워까지도 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메디컬 메타버스’라는 이제 막 시작된 흐름을 ‘IT와 K-콘텐츠 그리고 첨단 의료’를 모두 겸비한 한국이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정부도 과감한 의료 규제개혁과 의료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K-병원이 글로벌 브랜드 성장하는 것을 응원해주길 바란다.

유승철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