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해외 전문가 제언하는 ‘한국 안보전략’ 활용이 필요하다
해외 석학들이 종종 한국에 대해 한 말씀하는 것을 일부 국내 연구자나 언론이 금과옥조로 받아들이는 풍조를 필자는 좋아하지 않는다. 해외 석학이라 하더라도 분야에 따라 한국에 대해 전문성을 갖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국을 유의 깊게 관찰한 전문가들의 견해는 경청할 만한 내용도 적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코로나19의 부분적 완화로 그동안 대면회의를 꺼리던 학회와 연구소들이 최근 활발하게 해외 전문가들을 초빙해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필자도 최근 몇 차례 미국과 일본 안보전문가들을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최근 세종연구소에서 주최한 핵 전략 관련 세미나에는 미국에서 한국 핵정책에 대해 상반된 견해를 대변해온 학자들이 초청돼 활발한 논의를 벌였다. 로버트 아인혼 브루킹스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 국무부 국제군축담당 특보를 지낸 경력에 걸맞게 한국이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경우 국제사회 신뢰도가 저하되고, 한미 원자력협정 폐기
2022.12.28 11:49[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미국의 새로운 다자동맹 전략 독해법
미소 간 패권경쟁이 전개되던 냉전시대 초기 미국은 유럽에 다자간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결성했지만, 아·태지역에서는 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 등과 양자동맹을 체결해 대소 봉쇄정책을 시행했다. 유럽과 달리 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체제가 양자 형태로 전개된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명이 분분했다. 결정적 요인은 한국과 일본 간 식민지 시기 역사적 대립 감정이 너무 강해 당시 존 포스터 덜레스 미국 국무부 장관 등이 추진하던 아시아판 나토 구상에 동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정설인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아·태지역에 대한 미국의 동맹전략이 기존 양자동맹에 더해 다자동맹화를 추구하는 새로운 변화 양상을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기 인도·태평양 전략을 표명하면서 결성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간 안보협의체 쿼드(Quad), 호주에 원자력잠수함을 제공하기 위해 미국, 영국, 호주 간 결성된 안보동맹 오커스(AUKUS)가
2022.11.23 11:12[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왜 지금 한미일 안보협력이 필요한가
지난달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은 동해상에서 각각의 해군 및 해상자위대 함정들이 참가한 가운데 대잠수함전 훈련을 공동으로 실시했다. 이후 정치권에서는 한미일 연합군사훈련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증대되는 군사적 위협에 대응해 한미동맹 강화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통해 억제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거듭 설파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친일국방’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이 일본 자위대를 한반도에 끌어들이는 빌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본이 독도 침탈을 노리고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한다. 그러나 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이 일본의 한반도 및 독도 침탈을 유발할 것이라는 주장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일본 및 동아시아에서 전개되고 있는 안보 체제 구조와 변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전후 일본은 평화헌법과 미일 동맹의 테두리 안에서 자위대의 대외적 활동을 극력 제한하는 정책을
2022.10.19 11:15[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김정은, 시진핑, 푸틴과 ‘사마천의 함정’
고대 아테네 역사가이자 장군 투키디데스가 저술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는 서양 역사학의 바이블 같은 위상을 갖고 있다. 투키디데스는 델로스 동맹의 맹주 아테네와 펠로폰네소스 동맹을 이끌던 스파르타 간 전쟁 원인을 “아테네의 권력 성장이 스파르타의 두려움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대의 많은 국제정치학자들에 의해 패권전쟁의 주요 원인으로 해석돼왔다.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이 구절을 토대로 소위 ‘투키디데스 함정’ 이론을 제시하면서 역사상 기존 강대국과 신흥 강국이 대립한 16가지 사례 가운데 12차례가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투키디데스 함정과 같은 전쟁원인론이 지나치게 구조결정론에 치우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지만 영미권 학자들이 2000여년 전 역사서에서 현대 국제정치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 법칙을 찾으려는 노력을 경주한 점은 경의를 표할 만하다. 동양 고전역사서들, 특히 전한(前漢)시대
2022.09.14 11:23[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일본·호주와 함께하는 핵공유 체제 고민해야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검토회의가 열리고 있다. NPT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의 핵 보유는 예외적으로 인정하면서 이들 간 핵군축을 추진하고 이들 외에 핵확산을 방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해 5년마다 재검토회의를 열어 회원국 간 비확산과 핵군축 과제 이행 현황을 평가한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해 7년 만에 열린 올해 NPT 회의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핵보유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데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황에 따른 핵무기 사용 여지를 내비쳤다. 중국은 현재 300기 수준의 핵무기를 2030년까지 1000기로 확장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이미 NPT 탈퇴를 선언한 북한은 핵무기 보유 수량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승절 연설 등을 통해 한국과 미국에 대한 선제 핵사용 위협을 시사했다. 1960년대 후반 NPT가 창설된 당시 기대와 달리 핵군축과 비확산 전망이 어느 때보다 어두워졌고 오히려 핵확산과 핵
2022.08.10 11:21[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나토·러시아 협력 종언...강대국 대립시대 국제전략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는 최근 ‘전략개념 2022’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유럽·대서양 지역 동맹의 안보와 평화에 가장 중대하고 직접적 위협이라고 공식선언했다. 이로써 1990년대 이후 탈냉전시대 지속된 나토와 러시아 간 협력시대는 종언을 고하고 외교와 군사, 경제 분야에 걸친 전면적 대결의 국면 전개가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 2월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공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이 경제력과 군사력 등 강화를 통해 영향권을 추구하며 도전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 같은 도전에 직면해 통합억제 군사전략 개념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5개 동맹국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쿼드(Quad)와 오커스(AUKUS) 등을 통해 유럽과 인도·태평양 지역 파트너들을 연결하는 정책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나토의 새로운 전략개념에서도 이 같은
2022.07.06 11:36[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에 던지는 성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전쟁이 발발한 지 3개월이 경과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러시아는 국제적 위상이나 군사력에서 현저한 열세였던 우크라이나를 일방적으로 선제 공격하였다. 우크라이나는 전력 열세에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결연한 항전의지를 바탕으로 수도 키이우에 대한 공세를 저지하는 데에 성공하였고,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님에도 전쟁은 미국을 포함한 나토 국가들을 결속시키면서 대대적인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전쟁 양상을 통하여 몇 가지 성찰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21세기에도 전체주의적 성격의 국가 지도자에 의해 전쟁이 발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가 문화적으로나 언어적으로 러시아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대(大)슬라브주의’의 입장을 견지하였다. 그는 나토의 동진이 러시아 안보
2022.05.25 11:22[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강대국 지정학 충돌 속 윤석열 당선인의 국제전략
최근 일본 연구자들이 ‘서태평양 연합의 권장’이라는 책자를 발간했다. 도쿄대 교수 출신으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핵심 브레인으로 활약한 기타오카 신이치(北岡伸一) 등이 주도한 책에서 필자들은 향후 일본이 지향할 국제 전략으로 ‘서태평양연합’ 구상을 제시했다. 중국 팽창에 대항하기 위해 일본을 중심으로 호주와 뉴질랜드, 태평양 도서국가, 그리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 국가가 참여하는 연합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쿼드(Quad)’를 결성한 미국과 인도 등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눈에 띄지만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해양국가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는 여타 국가를 규합해 주도적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국제 전략의 일환이다. 이미 일본은 10여년 전 당시 아베 총리가 중국의 팽창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본과 미국, 호주, 인도를 포함한 태평양 안보다이아몬드 구상을 제기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022.04.20 11:16[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대통령 선거에 나타난 한국 민주주의의 성취와 과제
제20대 대통령선거는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을 국제사회에 보여주는 일대 사건이었다. 초박빙의 접전이 벌어졌지만 패자는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승자에게 축하를 보냈다. 승자는 지지자들의 환호에 둘러싸여 승리를 만끽하면서도 패자들에게 위로를 아끼지 않았다. 사전투표관리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선거관리 주무부서와 개표 종사자들은 하룻밤 사이에 국민의 민의를 오롯하게 구현했다. 과반수에 가까운 국민은 지지한 후보가 승리하는 기쁨을 향유할 수 없었으나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성숙성을 보여줬다. 민주주의 선진국을 자처하는 미국에서 불과 2년 전 대선 이후 발생한 혼란과 난맥상을 우리는 기억한다. 선거 결과에 불복한 현직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 등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도 자유민주주의는 퇴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히려 새로운 권위주의 체제가 유라시아대륙에서 강화되는 우려스러운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세습정권이 여전
2022.03.16 11:11[박영준의 안보 레이더] 대선후보들에게 제안하는 ‘한국판 솔라리엄 프로젝트’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 간에 경쟁적으로 국정 각 분야의 정책공약 발표가 줄을 잇고 있다. 외교와 국방 등 분야는 경제나 복지 등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기는 하나 이미 후보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다양한 정책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모 후보는 병력자원 감소를 염두에 둔 듯 기존 징병제를 대체하는 ‘선택적 모병제’를 공약했고, 다른 후보는 북한의 핵능력 및 대륙간탄도탄 개발 지속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타격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5년마다 치러지는 대선을 맞아 기존 정책을 재점검하고 새로운 공약을 개발하는 것은 국정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승리한 측에서 승자독식처럼 자신들의 공약을 중심으로 국정과제를 작성하고 캠프 참가 멤버들만 정부 요직에 임명해온 관행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는 의문이 남는다. 특히 국방이나 외교정책은 여타 정책보다 초당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자신들이 제기한 공약만을 정책
2022.01.26 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