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수정ㆍ이수민 기자]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을 수사 중인 연방수사국(FBI)은 13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을 외국 테러단체로부터 영향을 받은 ‘자생 테러’로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용의자 오마르 마틴이 범행 전에 디즈니월드를 정찰하는 등 올랜도 총기난사 사건을 치밀하게 기획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단서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또 마틴이 9ㆍ11 테러 당시 ‘미국이 당할만한 일이다’며 기뻐 날뛰었다는 증언들도 나오고 있다.
▶디즈니월드 정찰…올랜도 참사는 기획테러?=이번 마틴의 범행이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기획 테러’라는 단서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주간지 피플은 이날 익명의 수사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용의자가 올랜도 디즈니 월드를 정찰하기도 했다”고 전하면서 “디즈니 월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대표적인 ‘소프트 타깃’(경비가 허술한 지역)”이라고 보도했다.
마틴이 사우디아라비아에 두 차례에 걸쳐 성지순례를 다녀온 사실도 밝혀졌다. 사우디아라비아 내무부는 마틴이 2011년 3월에 열흘간 체류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12년 3월에도 입국해 여드레간 머무른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마틴은 당시 이슬람 성지인 메카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슬림인 마틴이 성지순례를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이 과정에서 테러조직 관계자와 만났을 가능성을 FBI는 배제하지 않고 있다.
CNN도 이와 관련 마틴이 장기간 이번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CNN은 마틴이 몇 주 전 현지 총포점에서 군용급 방탄복을 구매하려고 시도했지만, 상점 직원에 의해 거부됐다고 전했다. 이 방탄복은 경찰에 지급되는 방탄복보다 성능이 우수한 ‘레벨-3 방탄복’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틴이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고등학교 때 마틴과 같은 반이었던 익명의 한 친구는 “9ㆍ11 당시 테러범들에 납치된 두 번째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 중 남쪽 건물에 부딪히는 장면이 TV를 통해 흘러나왔을 때 모든 학생이 충격에 빠졌으나, 유일하게 한 학생(마틴)만 발을 구르며 기뻐 날뛰었다”고 회고했다.
같은 반의 다른 친구도 “그때 마틴은 웃고 있었다. 얼마나 행복한 모습이었는지 거의 믿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 친구는 또 “마틴이 (9ㆍ11 테러범인) 오사마 빈 라덴이 자신의 삼촌이라고 떠들고도 다녔다”고 덧붙였다.
▶“외국 테러조직에서 영감”…외로운 늑대의 ‘자생 테러’=제임스 코미 FBI 국장은 이날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수사상황을 보고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FBI는 용의자가 급진화(Radicalization)됐을 가능성을 매우 확신한다”고 말했다.
‘급진화’라는 표현은 지난해 12월 샌버너디노 총격테러 당시 용의자에 대한 수사과정에서도 쓰인 바 있다. 이는 국제 테러조직으로부터 직접적 지시를 받기보다는 그로부터 영감을 얻어 스스로 급진적으로 변화됐음을 의미하는 차원에서 사용됐다.
코미 국장은 “용의자가 기존 극단주의 조직의 일부이거나 그 같은 조직이 어떤 영감을 줬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우리는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온갖 수단을 다 강구해 이 같은 테러가 발생하게 된 경위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미 국장은 특히 용의자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공범이 개입돼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용의자의 사생활을 캐는 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따라 FBI는 휴대폰 등 용의자의 전자기기를 특별히 주의 깊게 조사할 방침이라고 코미 국장은 설명했다.
코미 국장은 그러면서 “용의자가 911에 3차례 전화를 걸어 통화원과 대화했다”며 “그가 통화 중 한차례 수니파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대한 충성을 서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용의자가 통화에서 보스턴 마라톤 폭탄테러범들과의 연대를 주장했고, 알누스라 전선(시리아 북쪽에 근거를 둔 알카에다 연계 조직)을 위해 시리아에서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해 사망한 플로리다 주 출신 미국인과 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코미 국장은 그러나 “보스턴마라톤 테러범들과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한 미국인은 IS로부터 영감을 받지 않았다”며 “그래서 용의자의 범행동기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코미 국장은 이어 “게이에 대한 반감이 범행의 동기가 됐는지도 파악 중”이라며 “왜냐하면 성적 소수자(LGBT)를 인정하고 축하하는 달에 발생한 공격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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