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세입자는 영원한 세입자다. 심리적으로 불안하니 하루빨리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돈 버는 것 아니겠느냐.”

최근 평택의 신규분양 견본주택에서 만난 한 고객은 내 집 마련 시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다른 고객들의 이야기에서도 조금함은 여전히 느껴졌다. ‘뒤쳐지면 결국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게 감지됐다.

원리금 분할상환이 골자인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지방에서 시작에 앞서 일각에선 분양시장 위축을 전망했지만, 정작 결과는 그 반대로 나타났다. 분양시장은 되레 뜨거워졌다. 관망으로 일관하던 수요자들이 매매로 돌아서면서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이슈로 떠올랐다.

불안감에, 매매로=2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거래량에 따르면 4월까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만499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만2058건보다 4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분양권 거래량은 2734건으로 작년(2081건)보다 700여건 늘었다.

불황의 심리적 압박이 실수요자들을 매매로 돌려세웠다. 전ㆍ월세시장이 부동산 전반에 확산되는 가운데 매매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영향도 크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전문가들조차 하반기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 명확한 확신이 없다”면서 “이런 불확실성 자체가 실수요자와 투자자로 하여금 분양시장에 나서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대출심사 강화는 시장 위축은커녕 무주택자의 등을 떠미는 모양새다. 분양시장은 규제에서 한발짝 물러서 있기 때문이다. 집단대출은 원리금 분할상환과 거리가 멀고 건설사의 신용이 더해져 개별소득심사도 받지 않는다.

청약시장은 의외의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깜짝’으로 그칠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4월까지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마감은 52.9%(5만9769가구 중 3만1644가구)에 달했다. 지난 2013년 32.1%(전체 3만3087가구 중 1만621가구)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저렴하게, 경매로=전세난에 등을 떠밀린 일부 수요자들은 법원 경매장에 발길을 돌렸다. 내 집 마련의 꿈을 더 싸게 현실화할 수 있어서다. 손이 늘면서 경매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이가 생기는가 하면, 높은 경쟁률을 뚫고 낙찰 받아도 고가인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4월 평균 낙찰가율은 73.1%로 3개월 연속 상승세다. 매달 2016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주거시설 낙찰가율이 전체 상승률을 이끌었다. 수도권 주거시설 낙찰가율은 전월 대비 3%포인트 상승한 88.3%를 기록했다. 2009년 9월 90.2% 이후 6년7개월만에 최고치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세난과 재건축 이주수요 등이 이어지면서 주거시장을 중심으로 낙찰가율이 고점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기존주택시장은 전세난에 거래량이 감소하며 보합세를 기록 중이다. KB국민은행 주택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저금리와 임대인의 월세선호 심화로 수요대비 전세물량 부족현상이 계속되며 장기간 상승(0.02%)했다. 16일 기준 전셋값은 수도권이 0.04%로 전주 대비 상승했고, 5개 광역시와 기타지방(0.00%)은 보합을 유지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 상승에 지친 실수요자들이 분양시장과 경매시장에 몰리고 있다”며 “보다 저렴하게 내집마련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분양가가 저렴한 새 아파트나 경매에 몰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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