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원승일 기자] 혹시 아래 사진 기억 나시나요?
2013년 7월에 언론에 크게 보도된 사진입니다. CJ그룹에서 실시한 경력단절여성, 이른바 ‘경단녀’ 채용 시험장에서 찍힌 한 젊은 아빠와 아이의 사진이죠. 시험장 밖에서 어린 아이를 안고 아내의 합격을 기원하는 남편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경단녀’. 육아 휴직 후 직장에 복귀하지 못해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을 일컫는 말이죠. 경단녀를 직장에 복귀시키는 것은 정부의 핵심 저출산대책 중의 하나입니다. 경력이 단절될까봐 아예 아이를 낳지 않고, 육아휴직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여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일부 대기업들은 몇 년전부터 경단녀를 대거 채용한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합니다.
경단녀와 관련해 최근 흥미로운 통계가 나왔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 고용정보분석팀(정한나ㆍ윤정혜 연구원)의 분석결과 인데요. 2010~2015년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들을 상대로 모성보호제도가 경력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를 분석했습니다. 내용을 보시죠.
▶경단녀 확률 대기업이 더 높다 분석 결과 육아휴직 후 경단녀가 될 확률은 대기업 직장 여성이 중소기업 직장여성보다 4.9% 높았습니다. 이 분석결과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왜 일까요?
분석팀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업무 특성 차이로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이 근무하다보니 근로자 한 명이 여러가지 업무를 병행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연공이 쌓이게 되는 거죠. 해당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쓰면 그 일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근로자가 아이를 낳고 키우고, 직장에 복귀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입니다.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인력대체가 쉽습니다.
대기업은 한 사람이 업무 하나만 맡는 특성상 육아휴직 후 그 빈자리를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가 한결 쉬운 거죠. 반대로 육아휴직을 떠난 근로자이 직장으로 복귀하기는 그만큼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육아휴직 기간, 길수록 경단녀 확률 높아 육아 휴직 기간도 경단녀가 될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육아휴직 기간이 길수록 복귀하지 않고 경력이 단절될 확률이 높습니다.
여성 근로자들의 육아휴직 기간이 6개월 미만이면 직장복귀율은 90%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6개월~1년 사용한 경우 복귀율은 70%대로 낮아졌습니다. 1년 이상 쓴 경우 복귀율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일자리 걱정에 아이 낳기 포기하는 직장 여성들 요즘 맞벌이는 기본이죠. 치솟는 주거비용에 아이들 사교육비까지….
이 때문일까요. 고임금 여성일 육아휴직을 덜 쓰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역시 자리를 비웠을 때 소득이 떨어지고, 상대적으로 승진의 기회도 박탈될 가능성이 큰 때문이죠. 자리 걱정에 제대로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고, 아예 아이 낳기를 포기한다고 합니다.
육아휴직제는 1988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습니다. 당시에는 무급으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여러 번 개정을 거쳐 2011년부터는 휴직자가 통상임금의 40%(상한 100만원, 하한 50만원)를 매달 받을 수 있는 제도로 바뀌었습니다.
이 제도는 열악한 근무조건에 놓인 중소기업 여성 근로자들의 육아휴직을 늘리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단녀가 될 확률이 높으니 대기업 직장여성들이 육아휴직을 제대로 안쓰는 거죠.
윤정혜 연구원은 “육아휴직 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됐지만 육아휴직 사후 관리에 대해선 아직 지원이 미비하다. 대기업, 고임금 근로자일수록 육아휴직 사용 후 복직하지 못할 확률이 높은 만큼 이들이 복귀 후에도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게 직무 훈련, 적응 프로그램 등이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